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달 안정현 Sep 20. 2017

영화 어 퍼펙트 데이

마음달의 마음성장프로젝트

   

처음 보았을 때는 무슨 영화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 마치고 피곤해서 중간에 졸기까지 했다.

기존에 보던 영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랬던 것 같다. 주인공이 어려움을 극복해서 성취한 성장 스토리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울러 결론은 허무하게 끝나버려서 허탈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영화가 마치고 나서 마음속에 떠올랐다.   이 글을 쓴 작가는 국경 없는 의사회 출신이라고 한다. 인생이 정답이 있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살아있는 이야기였고 삶을 말한 것 같다. 


1995년 발칸반도, 전쟁이 끝나가는 한 마을이다. 

그 마을의 우물에 거구의 시체가 빠졌고 그래서 사람들은 물을 마실 수 없다. 그 물이 마실 수 없는 우물에서 그 시체를 빼내려 했지만 실패했다. 우물에 시체가 들어가 있어서 물을 마실 수 없는 걸 알고 누군가를 비싼 물을 주민들에게 판다. 부조리한 세상이다.  사람들의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 이기적인 집단이 있다.


주민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부조리함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밧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들은 밧줄을 구하기 위해 애쓰지만 밧줄을 구하기 위해 간 곳에서는 계속해서 거절당한다. 밧줄 가게 주인은 우물에 빠진 사람은 나쁜 짓을 저질렀기 때문에 팔 수 없다고 하고,  밧줄을 구하려고 간 곳에서는 깃발을 내리면 자신이 죽는다며 거부당한다. 아이가 집에 밧줄이 있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미친개가 묶여있는 것이 그 밧줄이었다. 그들은 수면제를 넣은 음식을 개에게 먹였지만 개의 정신은 더욱 또렸해질 뿐이었다. 집 안에서 개를 치우기 위해서 필요한 도구를 찾으러 갔을 때 밧줄을 찾았다. 아이의 부모는 타인에 의해서 목이 졸려서 죽어있었고 거기 밧줄이 있었다.


누군가의 죽음이 누군가의 삶을 이끌어간다.


밧줄을 구해서 그렇게 돌아왔건만 다시 우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나 힘들었다. 지뢰가 있을지도 모르게 동물이 죽어있고, 어떻게 나가야 할지 모른다.


그때 나타난 사람은 소를 이끌고 가는 할머니였다. 그 어떤 도구도 지식도 없어 보이는 그 할머니는 소가 가는 길을 따라서 길을 내고 자신의 가족에게 돌아간다. 그 할머니를 따라서 그들은 지뢰밭에서 살아왔다. 


밤을 새우고 겨우 길을 뚫고 나가서 거구의 시체를 꺼내려는 순간, 유엔군이 나타나서 밧줄을 끊어버린다.


그렇게 애를 썼는데 모든 것이 무산되어버렸다. 

그리고 다른 곳을 찾아서 찾아가야 했는데 비가 내리면 안 되는데 비가 내린다.


그리고 수많은 비가 내린다. 그 할머니가 말한다. 비가 온다고.

 시체는 물이 넘쳐서 나오게 된다.     

  


전쟁이라는 어두운 곳과 대비되게 차를 달려가면서 바깥의 화면은 아름답다. 무언가의 목적을 향해서 나아갈 때 계속해서 삶은 좌절된다. 

영화 인물 중 그 누구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맺어지지 못한 커플은 서로의 주장만 하고 남자는 이해받지 못하고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아이는 부모를 찾기 위해서 가겠지만 부모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그들은 애를 썼지만, 오히려 거기 살고 있는 할머니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 융이 말했던 지혜 노파처럼 삶을 이끌어갔다. 과거의 지혜가 어리 석어 보였던 그리고 하늘의 비가 그 주민들을 구했다. 내가 애써도 안될 때가 있다. 


성공하기 위해 애를 써도 좌절하기 쉽고, 노력해도 되지 않을 때가 있다. 그렇게 애를 썼는데 단번에 거절당하기도 한다. 현실은 많은 고통 가운데 있다.  누구나 작은 아픔들 속에 삶을 살아간다. 그저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을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나의 차를 타고 달려간다. 뜻대로 되지 않아도 중간에 아픔이 있다고 해도 가야 한다. 


영화 내내 농담이 있어 좋았다. 삶은 무지 많은 씁쓸한 가운데서 잠깐의 달콤함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잠깐의 웃음이 있다. 그러기에 힘든 삶 가운데 오늘 하루를 살아간다.


 copyright 2017. 마음달 안정현  all rights reserved.


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티스토리브런치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캔스피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