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달 안정현 Jan 04. 2019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어요

마음달심리상담





“사람을 어떻게 믿어요. 언제든 저를 떠날 수도 있는데요. 한때는 사람을 믿고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들이 저를 부담스러워하고 멀리했어요.” 

미영은 친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매우 차갑게 철벽을 치고, 반대로 친한 사람들에겐 지나치게 가까운 사이이기를 원해서 관계 맺기가 힘들었다. 그런 관계에 대한 불안으로 상담실을 찾아왔다. 
그녀는 자신이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적절히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것보다는 누가 자신을 좋아하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즉, 상대가 자신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가 중요했다. 말하자면 그녀는 관계를 오직 두 가지 관점으로만 보고 있었다. 상대방이 자기를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자기에게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아주 친밀한 관계도 있고 그럭저럭 아는 사이도 있고 잘 알지 못하는 사이도 있다. 삶은 여러 가지 관계가 얽혀 이뤄지며,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있지만 타인과 상관없이 내 삶을 살아갈 수도 있어야 한다. 미영도 그걸 알았다면 그렇게 큰 불안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계에 대한 믿음







종종 그녀의 매력을 발견하고 그녀가 세운 수많은 벽을 뚫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지만 정작 그녀는 그들과 친해지면 곧바로 이렇게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떠날 거야!’ 










그런데도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녀는 여러 가지를 시험했다. ‘이래도 네가 나를 떠나지 않는지 보자’라는 마음이었다. 갖가지 테스트로 상대를 기분 나쁘게도 하고 화를 낼 만한 상황을 만들면서 결국은 상대가 그녀를 떠나게 했다. 

“저를 떠나지 않는 사람은 없어요. 사람은 결코 믿을 만하지 않아요.” 

사람과의 관계를 어렵게 하는 내면에는 그녀를 버리지 않고 온전히 사랑해줄 사람을 찾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그런 것이 가능할까?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에게 친절하고 잘해주는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그녀는 자기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불안하게 지켜보면서 거리를 두었다. 불안이 밀려오는 데는 물론 이유가 있다. 이런 상태는 대부분 어린 시절의 관계 불안에서 시작된다. 친구에게 배신을 당했다거나 부모가 자주 다투고 집을 나갔다거나 하는 경우다. 그렇다면 어린 시절 겪은 일 중에 하필이면 왜 그 기억에 몰두하는지 살펴봐야 한다.







나의 가치를 아는 당신이 되기를







상담심리학 박사인 크리스틴 쿠르투아와 줄리언 포드는 대인 관계 외상에 대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반복적이고 만성적인 사건을 겪거나 중요한 대상에게 학대 및 방치를 당하거나 결정적 시기에 외상을 경험한 것을 말한다고 했다. 대인 관계 외상을 반복해서 겪으면 타인을 믿을 수 없게 되어 무기력해지고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고 여긴다. 그래서 수치심도 높아진다. 







특히 엄마와 딸의 관계에서 애착과 관련된 상처는 깊이 각인된다. 내 안의 상처가 자녀에게 대물림되고 있다면 자신과 엄마의 관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략>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당당히 이야기하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주부라는, 돌봄 노동이라는 일에 갇혀 자신의 생각과 가치를 잊고 있었다면 이제는 말해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를 알고 당당하게 말하고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조이럭 클럽>영화에 나온 1940년대 어머니의 삶과 이후 딸들의 삶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엄마는 자신이 겪은 불행을 딸이 겪지 않기 바란다. 그러나 딸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슷한 삶을 살아간다. 엄마의 사랑과 기대가 질책으로 들려서 스스로 실패작이라고 생각한다면 엄마의 이야기를 다시 들어보기 바란다. 


또한 누군가의 눈치를 보다가 자신을 잃어간다면 그 누구보다 자기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기 바란다.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자신의 가치를 아는 사람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나의 목소리, 나의 생각을 잘 들어야만 누군가를 사랑하고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공동체와의 유대감







영화 〈조이 럭 클럽〉의 엄마들은 마작 모임으로 그들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사람들과 함께함으로써 고립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마르잔 사트라피의 만화 《바느질 수다》에도 차도르로 온몸을 가리고 살아야 하는 이란 여성들의 수다가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생산성 없는 수다 같아 보이지만 솔직한 그녀들의 연대감을 잘 보여준다. 










행복은 사람들과 함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채워나갈 때 시작된다. 특별한 사람이 내 삶을 특별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믿음을 내려놓으면 좀 더 편안한 만남을 이어갈 수 있다. 우울감과 외로움에 몸서리친다면 누군가와 함께하는 수다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사람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때로 주변 사람들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어느 곳을 가도 사람들이 나를 힘들게 한다면 내가 사랑하는 능력이 부족한 것일 수도 있다. 

어떤 알코올중독자 자조모임은 금요일 저녁마다 모임을 갖는다. 중독 증상은 혼자 해결할 수 없기에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해석하고 판단하기보다 잘 듣고 이해하면서 술로 달래던 허전함을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나간다.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사람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사람을 멀리하기도 하지만 이런 모임과 만남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상담을 하는 이유는 사람은 관계를 통해서만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외로움을 느끼지만 친한 친구나 직장 동료를 거리상의 이유로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주변 사람들과의 가벼운 수다 모임도 도움이 된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기대로 고립되어 있다면 견고한 빗장을 열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는 모두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하나씩은 있다. 또 부족한 사람이기에 마음의 허전함을 다 채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가 아닌 다른 사람을 만나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는 일에 서툰 당신에게> 중에서

내안의 부정적인 감정과 이별하는 28가지 심리상담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으로 읽어주셔요~


14년 경력의 심리상담가 안정현

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전문가 703호

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 1246호

 maumdal.com






매거진의 이전글 아무래도 싫은 사람때문에 힘들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