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달 심리상담
판타지인 줄 알았어요. 시간의 흐름을 변화시키는 시계에도 관심이 없었고요.
어쩌다 보니 10화부터 보게 되었어요.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린 알츠하이머를 앓는 할머니의 이야기더군요.
눈빛이 조금씩 변해가는 김혜자 님의 표정을 보면서 이번 주를 기다렸습니다.
삶을 그저 어둡지도 밝지도 않게 그린 작가의 글과 드라마가 좋더라고요.
아나운서를 꿈꾸지만 누군가의 머리를 만져주고 있는 미용일을 할 수도 있고
혼자 축구를 하다가 다리를 잃을 수도 있고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지만 알츠하이머를 앓을 수도 있어요.
알츠하이머를 앓으면서 눈을 쓸고 있는 김혜자 님의 장면의 인상에 남아요.
준하랑 사귈 때는 반짝반짝 빛나고 밝은 모습이고
시어머니가 되어서도 며느리에게 슈크림이 든 붕어빵으로 위로했고
할머니가 되어서도 영수에게도 따뜻했던 사람.
아들에게만은 차갑고 냉정한 말을 내뱉던 엄마였네요.
아이를 키워야 하니까, 약해지면 무너질 것 같아서 그러지 않았을까 싶어요.
삶의 생기는 사라진 눈빛으로 아들을 대하고
일을 해야 하니 손님에게는 싹싹한 사람이지만 아들에게는 아픈 엄마였어요.
다리 하나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놀림을 받고 혼자가 되어버린 아들.
아픈 다리로 수위 일을 하는 아들
뒤늦게야 엄마가 아들이 미끄러지지 말라고 눈길을 쓸었던 것을 알게 됩니다.
엄마를 용서하고 눈빛이 달라진 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부모로 받은 상처로 타인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옆 자리의 아내를 외롭게 한 아들이 아내와 함께 하려고 합니다.
아들은 평생을 아픈 다리를 이끌고 가야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닐 수 있을 것 같아요.
드라마 마지막에 김혜자 선생님이 하신 말처럼,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모든 걸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