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심리상담
"선생님, 처음에는 한두 번 상담하면 문제가 단번에 해결될 줄 알았어요."
상담실에서는 마술적인 기대를 하고 오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면 자신의 우울감이 덜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진 이들도 있었고, 현재의 행동의 원인을 찾으면 문제가 달라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이들도 있었습니다. 원인을 찾다가 꽤나 많은 사람들이 부모탓에서 머무르기도 합니다. 교회에서 내적치유학교나 회복사역 관련된 리더를 맡기도 했는데 기간 내내 같은 말만 하는 사람을 본 적도 있습니다. 심리학을 잘못 받아들인 것입니다. 상담사들이 최면을 해서 전생을 알아낸다는 오해를 하는 분들도 많은데, 최면을 수업으로 듣지도 않고 상담심리전문가나 임상심리전문가 중에 최면치료를 하시는 분은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구조화된 프로그램이 있지만 대부분의 상담은 비구조화되어 있습니다.
간혹은 "말로 하는 상담 말고 다른 거 있나요?"라는 질문도 듣습니다.
저 또한 미술치료나 놀이치료를 합니다. 아동은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 놀이도구를 사용합니다. 때로는 미술로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됩니다. 전화 주신 분은 말로 하는 상담으로 급격한 변화가 없어서 실망했고 특별한 해결책을 원했습니다.
내담자들 중 샤머니즘적인 기대를 갖고 오는 이들이 있습니다. 내담자가 상담자를 이상화시키는 것은 치료에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마술과도 같은 도움은 없습니다.
상담이론으로 사용되는 것은 정신분석적 상담, 해결중심적 상담, 현실치료, 인지치료(REBT), 인간 중심적 상담, 융학파의 상담, 아들러 상담 등 여러 가지 상담 이론들이 있습니다. 최근에 상담자들은 어느 한 이론만 선택하지 않고 통합적 상담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심리학자들은 대가의 상담이론들을 배우고 상담자는 내담자에게 맞도록 적용합니다.
결국은 내상 담은 담자와 상담자의 관계를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사람마다 자신의 세계가 있고 의미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상담이라는 것이 확실한 답이나 조언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내담자와 상담자 모두 불안함과 모호함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상담을 통해서 우울증, 공황 증상, 불안장애 등의 여러 내담자들을 치료했습니다. 단기 상담만으로 증상이 호전되어 종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서 변화가 없다면 십 년 넘게 유료상담을 해오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첫 접수 면접 후 마음의 짐이 덜어진 것 같다거나 용기를 얻기도 합니다. 어떤 내담자는 좋아질 수 있을까요 의문을 품기도 합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의 삶을 마음대로 휘두르지 않습니다. 상담에서는 내담자의 감정을 묻습니다. 또한 내담자의 사고의 흐름이나 핵심감정들도 찾아가기도 합니다. 또한 부적응적인 대인관계 패턴을 변화하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들이 있기에 크게 보이던 문제는 점점 작아지고 내담자 스스로 자신의 어려움을 해결해가기도 합니다.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이 해소되기도 하고 증상이 해소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기도 합니다. 이후 상담의 목표는 해결되고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아울러 과거에 머물러있던 사고들을 현실에 맞게 수정해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치료의 중심은 내담자입니다. 최상의 심리치료도구는 치료자 자신이지만 치료자 만으로 변화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심리상담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것 중 하나는 운동입니다. 운동에 대한 책이나 이론을 습득하고 동영상을 본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습니다. 꾸준히 직접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자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타인의 기대에 반영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내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삶에서 온전한 자유는 온전한 책임이 필요합니다. 삶은 오롯이 나의 몫이며, 처음에는 증상에 관련해서는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도 하지만 진정한 변화는 더디게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빅터 플랭클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계속해서 다른 사람들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의 책임을 수용하지 않는 내담자는 치료에서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과거의 영향력을 인지하고 지금 여기에서 "선택"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심리상담이 특별한 조언이나 해결책을 주지는 못할 수 있지만 심리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지금 현재에서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치료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궁금하신 분들은 전에 올린 글을 참조하셨으면 좋겠습니다.
https://brunch.co.kr/@maumdal/186
얄롬의 책 치료의 선물 또한 추천드립니다.
(물론 이 글은 다양한 심리학 이론을 모두 쓰기에는 지면이 부족합니다. 상담사로서 심리상담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쉽게 글을 쓰고자 했습니다. 다양한 견해를 갖고 계신 분들이 있을 테니 다른 곳에 직접 좋은 글을 써주시는 것을 권유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