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심리상담
난 그냥 내 생각을 말하는 것뿐인데. 왜 그런 글들이 더 잘 읽히지? 글이 담백하다고?
사람들은 내 진짜 말을 듣고픈 거야. 내가 좋아하는 정신과의사처럼 적으려고 했었는데,
내마음대로 쓴 글이 읽기가 더 낫다니?
난 무채색처럼. 조용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아닌거구나.
그렇게 무채색인 척 하려고 노력했는데 빨강이 아닌걸로.
대학원에 입학한 날 영상작업을 위해 원우회에서는 카메라 인터뷰를 했었다. 단체사진속의 자기 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듯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날 내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대다수가 무채색의 옷을 입고 있는데, 난 진분홍의 나시를 입고 있었다. 튀면 안될 것 같았다. 그때부터였다 난 내 옷들을 조금씩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선생답게. 선생으로 보이게. 아울러, 면접상담에서 내담자의 시선을 빼앗지 않도록 하는 지침들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귀걸이는 귀에 밀착된 것으로 하라, 옷으로 튀게 입어서 내담자가 상담에 집중하지 못하게 해서는 안된다.
그때부터 무채색의 옷들로 내 옷장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아니면 옅은 페일톤의 옷들을 입거나. 가끔은 참을 수 없어 유혹으로 꽃무늬 스카프나, 나비 모양의 스카프를 사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울러 화장도 옅게옅게.어느 날, 아, 못살겠다!! 라는 말이 입에서 터져 나왔고, 출근하는 아침 반짝거리는 반지를 하고 딸랑거리는 귀걸이를 하고 모자를 쓰고 나왔다. 치료실에서 만나기 힘든 30-40대 남성직장인들도 상담하기에 ‘선생님’의 모습을 고수하며. 보수적 기관에서, 보수적 스타일을 유지하려 했던 것을 포기하고(사실 내 옷에 대해 터치하는 사람도 없다.) 그날 내가 입고 싶은 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입으니 오히려 그날의 상담은 더 깊이 있게 흘러갔다.
<내면의 대화>
왜, 난 내 옷을 선택하지 못해야하니?
-빨강이고 싶지 않으니까. 나는 무채색이어야 하니까.
왜 그래야 해? 온갖 색깔들이 튀어나오려 하는데 무채색으로 아니 회색으로 칠해버리려고 하니. 힘들자나.
빨강은 빨강이다. 빨강이지 않으려고 애썼던 날들.
내 속에서는 빨강이 터져 나오는데. 빨강을 밀어 넣으려고 하니 힘들었다.
임상심리사와 상담심리사를 겸하고 있는 것도 빨강이고(어떻게 선생님은 상담전공자인데 병원에서 상담하면서 임상심리사로도 일한 거예요? 왜 하면 안 되지? 의사가 뽑아주던데. 보고서 제대로 쓰면 되지 뭐가 문제니. 그리고 검사 수퍼비전은 의대교수님에게 꼬박꼬박 받았다고.)
아동과 청소년, 성인상담을 다 같이 하는 것도 빨강이고(성인을 하면서 놀이치료도 한다구요? -왜 하면 안 되는데?? 내담자가 변화되었음 되지. 아이던 어른이던 다 똑같은 사람이야. 아동도 청소년도 성인도 좋은 걸 어떻게 하라고 ),
상담을 하면서 그림과 글을 쓰고 싶은 것도 빨강이고(선생님은 그런 것도 해요?-왜 그러면 안되니?)
왜 뒤늦게 직업을 바꾼거예요( 끌려서 끌려서 그랬다).
난 빨강으로 보이는 것이 싫었다. 빨강이면서.
이미 온통 빨강인데 ‘선생님’이라는 무채색 가면에 숨으려했다.
한동안 글마저도. standard하게.
융의 말대로 마흔이면 자기로 살아가야할 때다.
언제까지 가면놀이는 할 수 없다. 내가 쓰고 싶은 글들, 말들 온통 빨강으로 물든다 해도, 우선 빨강으로 살아봐야 겠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입고 싶은 옷부터 골라서 입고 나가야 겠다. 빨강스럽게. 난 빨강이니까!!
......예전에 썼던 일기같은 글. 혹시 빨강인데 꾸역꾸역 무채색으로 살려는 이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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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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