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통행은 그만해요.

마음달 심리상담

by 마음달 안정현

난 한 남자의 쓸쓸한 죽음을 보았다.


그는 살아 생전 일주일에 한 번 연설을 했다. 한 번 시작하면 끊임없이 이야기를 했는데 ,그가 무슨 말을 하던 상관없이 나는 딴 생각에 빠졌다. 지겹고 지루하고 한말 또하고 또하고 하고 싶은 말이 얼마나 많던지. 속으로는 그 만하라고 하고 싶었으나 그는 교장선생님. 나는 학생이라 신분의 차이는 너무나 컸다.


선생님들이 퇴임하고 나서 사망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은 알았지만, 퇴임하고 몇 달 안되서 그 건장한 남자가 죽음을 맞이할지는 몰랐다. 그의 죽음에 학생들은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고, 몇몇 선생님들만 참여를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물리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우리에게 하소연했다.

"어떻게 그렇게 아무도 안오냐? 선생님들도 너무 하는거 아니냐?"

상여를 맬 사람이 없어서 물리 선생님과 또 한명의 선생님이 함께 상여를 매었다고 한다.

학교이외에서 그는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 없어서였는지 장례식장은 스산했다고 한다. 학생들에게만 혼자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같은 방식이었나보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긴 설교를 하던 교장선생님같은 이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아무도 듣지 않는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하는 남자들은 계속 만나게 되었다. 지하철에서 일제시대부터 박정희대통령까지 역사를 말하는 시끄럽게 떠들어되는 분들과 직장에서 점심시간 내내 혼자서 자신의 무용담을 하는 분들을 만나면 귀마개를 하고 싶다.


'일방통행'


한 50대 남성분이 딸 아이들이 자기랑 이야기하는 것을 꺼려 한다고 하셨다. 그 분은 일상에서도 한 번 말을 시작하면 끊이지 않기때문에 가끔 나또한 질력이 난 적이 있었다. 딸들의 말을 먼저 좀 들어보라고 하자 그분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전 듣는 걸 몰라요. 대화하는 게 뭔지 몰라요. 우린 그런걸 몰라요."


아, 그랬구나.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학창시절 난 가슴에 캠페인이 적힌 작은 깃발을 꽂고 다녔다. '자나깨나 불조심" "국산제품 애용하자" 아울러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웠다. 일방통행이 난무했던 시절. 소통이 아니라 국가에서 지침이 내려지면 그걸 열심히 따라가야 하는 때였다.


윗사람이 말하면 듣는 것이 당연한 시대를 거쳐온 남자어른들은 어쩌면 같은 방식으 로 전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어쩌냐. 세대는 변해서 진리라 믿었던 신문의 부수도 줄어들었고, 이제 정보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어서 정보력으로 승부를 볼 수도 없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전에는 sns로 소통하는 이외수씨가, 지금은 법륜스님과 혜민스님이 젊은 이들에게 환영받는 시대다. 잘 들어주는 남자가 필요하다.


변화는 힘들다. 그러나 들어보는 연습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힘든 시절을 겪어온 이들이 젊은이들과 소통이 되지 않는 혼자가 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내 말을 전해주고 싶은 욕구가 목까지 차오른다고 해도, 잠시만 주변사람의 말에 귀를 열어본다면 어떠할 까? 일방통행은 이제 더이상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로 변화할 것이기때문이다.

교장선생님도 들려주고 싶은 말을 천천이 이야기하듯 들려주었으면 어땠을까.

그리고 젊은이들에게 해줄 말이 많으신 분은 글로 남겨주셨으면 좋겠다.

어른들의 지혜는 분명히 필요하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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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의 13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심리 전문가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네이버, 티스토리, 브런치, 인스타그램 심리치료와 관련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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