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교사들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소진, 트라우마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고 있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과중한 업무와 각종 민원에 시달리는 경우 신체적 에너지와 정신적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어 버리는 소진 증후군 상태에 이를 수 있다. 피로감, 불안감, 무기력, 식욕감소, 체중감소, 수면장애를 겪고 삶의 의미를 상실하기도 한다.
언어폭력은 욕설, 비난, 비판, 경멸, 가스라이팅, 굴욕감 느끼게 만들기, 무시, 조롱, 위협, 냉소 등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진다. 언어폭력을 당한 사람은 불안, 감정기복, 만성 스트레스 반응, 자존감 저하, 우울증, 수치심, 죄책감, 절망감, 무력감, 트라우마 반응, 고립감 등에 빠질 수 있다.
한동안 갑질이라는 유행어가 중요한 키워드가 된 적이 있다. 이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성을 간과하고 오로지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여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만 여기기 때문이다. 인간 존중의 문화, 폭력에 대한 감수성과 예방 교육이 시급하다.
어떤 직장이든 업무상 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겪을 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바로 동료의 지지와 공감이다. 동료들의 외면과 상급자의 무책임한 태도는 위기를 절망으로 만든다. 힘들어하는 동료를 외면하지 말고 귀 기울여 들어주고 도움의 손길을 뻗어주자. 많이 힘들 때는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라고 안내해 주어야 한다.
학생의 인권을 증진하기 위해 교사의 인권을 희생하거나 교사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학생의 인권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하니 서로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것이다. 학교 안의 누구건, 교사, 학생, 학부모, 행정교사, 특수교사, 보건교사, 보육교사, 기타 업무 종사자 등 학교의 모든 구성원을 포괄하는 학교 인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문제가 불거진 곳만을 때우는 요식적인 대책이 아니라 진정으로 사람을 살리는 공감이 담긴 학교 인권 대책이 필요하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사회공헌특임이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전문의 칼럼]교사-학생 모두를 위한 인권 대책 세워야
동아일보. 2023.07.26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511537?sid=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