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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도을단상] 낀 세대의 설날

까치까치 설날 같은 어제의 기억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낀 세대의 설날

이제서야 일어났네요. 늘어지게 잤습니다.

어제 아침에 부모님과 식사를 하고, 부모님 한 팀, 우리 부부 한 팀, 아들이 한 팀이 되어 점심 시간이 넘도록 윷놀이를 하였습니다. 확실히 윷놀이는 옛날 분들이 잘 해요. ㅎ 그 덕에 지갑이 좀 가벼워졌습니다.

좀 쉬다가 이른 저녁을 먹고 저와 을녀와 아들이 텍사스 홀덤을 밤11시 반까지 했습니다. 을녀는 예상대로 호구처럼 보였는데, 아들이 너무 잘 하는 겁니다.
"너 왜 이렇게 잘 해?"
"제가 군대에서도 돈 좀 땄다니까요~~"

코로나 기간 동안 군대를 간 녀석은 훈련을 이상한 훈련을 하고 왔나봐요. 오. 그 놀라운 포커 페이스. 그리고 어쩌다 제가 뻥카라도 치려고 하면, 기어이 따라와서 제 카드를 벗기더군요. 애비에 대한 저 근본적인 불신...ㅎ 그 덕에 지갑을 다 털렸지 뭡니까..

부모님을 모시는 마지막 세대.
자식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는 첫 세대인 제가 이렇게 좋은 명절날조차 윗 세대에 뜯기고 아랫세대에 뜯기고 살이야 한단 말입니까.

아, 잠 들었을 때가 제일 행복했답니다~
화투를 치자고 해야 하나...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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