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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도을단상] 대학 졸업생 아들에게 쓰는 편지.

네가 원하는 삶의 주인으로 살아라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대학 졸업생 아들에게 쓰는 편지.

사랑하는 아들, 영빈에게

빛 나는 오늘, 사랑하는 아들 영빈아. 너의 대학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네가 이룬 성취가 작지 않을 것이지만, 조부모님들과 우리의 입장에서는 네가 가는 길이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랄까, 새로운 길이라는 것은 사실이야.

너는 한국에서 가장 고객만족을 위해 노력하던 @@병원에서 태어났단다. 가장 좋은 곳에서 태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병원을 선택했던 것이지. 담당PD가 아빠에게 파일을 주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가지고 있지 않지만, 너의 출생모습은 당시 @@MBC에서 촬영을 해서 방영을 했단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너는 이 세상에 왔단다. 몰랐지? ^&^

누나와는 다르게 조용한 성격의 너는 순한 아이로 자랐단다. 비록 다른 남자 아이들이 그렇듯이 로봇이나 자동차, 레고와 같은 장난감을 즐기지는 않았지만, 해외경험이 많은 아빠가 일찌감치 선물해 준 세계지도와 지구본을 들여다 보며 많이 놀았지. 네가 늘 기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2006년에 처음 일본 디즈니랜드로 해외여행을 갔단다. 밤마다 덮고 자라고 디즈니 캐릭터가 그려진 담요를 사 주었고, 네가 잘 사용하다가 이제는 아빠가 사용하고 있단다. 무려 20년을 우리와 함께 한 담요가 되었어.
2010년에는 중국 북경으로 해외여행을 갔었어. 만리장성 위에서 양팔을 벌리고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이 편지를 쓴다. 작고 통통했지.^&^
그 이후로도 싱가폴과 인도네시아, 대만, 호주, 백두산, 도쿄와 오사카 등을 함께 여행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구나.

네가 처음으로 일출여행을 갔던 것은 네살때 부터란다. 너는 추웠다고 안 좋은 기억으로만 남았는 지 모르겠지만 새해 첫 태양이 떠오를 때 그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키 작은 너를 들어올려 목마를 태워주면서 우주의 기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단다. 너도 즐거워했어~ ^&^
물론 돌아오는 길이 8시간 이상 차가 막히는 길이라서 주로 차 안에서 잠을 많이 잤지만, 너희들은 차만 타면 늘 잠에 빠져들었으니까.

너하고 단 둘이 함께 한 백두산여행과 강릉 일출여행, 그리고 VR게임장에서의 추억이 가슴 속 깊이 남아있구나. 고맙다.

20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넌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았단다. 광화문연가. 그 이후로 연극과 뮤지컬을 볼 기회가 있었고, 너의 안목도 그렇게 함께 성장을 했지.

2019년 네 덕분에 00대학교 캠퍼스 투어를 했는데 무려 7년만에 조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00대 캠퍼스를 찾아 너의 졸업과 대학원 입학을 축하하는 날을 맞이하게 되었구나.

영빈이는 '은근과 끈기'로 대표되는 한국인의 전형이듯 조용하지만 힘 있는 내면을 갖춘 청년이 되었어. 고등학교 이후로 네가 보여준 노력과 성취에 대해 아주 인상적인 기억을 우리는 가지고 있단다. 포기하지 않고 네가 스스로 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해낸 네가 자랑스럽다.

대학원에서도 지금까지처럼 너 자신을 믿고, 늘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로, 마침내 네가 원하는 삶의 주인으로 살기를 믿어의심치 않는다. 너는 할 수 있을거야. 네가 걸어 온 길의 그림자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단다.

"네가 어디에 있든, 어떤 선택을 하든, 우리는 언제나 너를 응원하고 사랑한다."

졸업을 다시 한번 축하하고, 네 앞날이 항상 행복과 성취로 가득하길 기도할게 .
너로 인해 우리와 할아버지, 할머니가 한 없는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어 고맙다.

2025년 2월 25일 엄마,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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