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놓치고 봄을 잡아먹다
[도을단상] 배추전, 달래전 그리고 포도주
오늘 저녁에는 봄전을 해 먹었습니다.
인간세상에 큰일이 있거나 말거나, 무심하게 떠나 버린 겨울을 체포할 수 없어서, 생각 없이 와 버린 봄을 잡아 먹었습니다.
알배추를 칼등으로 내리쳐 기절시키고, 달래는 칼날로 내리쳐 잘게 자르고,
펄펄 끓는 기름으로 달구어진 철판 위에 던진 뒤 뒤집개를 이용해서 뒤집어지지 않도록 꼭꼭 눌러 줍니다.
맨 정신엔 차마 그 모습을 못 볼 것 같아 갇혀있던 포도를 내어 마시고, 캬~ 소리와 함께 눈이 감긴 틈을 타 봄전을 입 속으로 강제로 밀어넣었습니다.
코가 벌렁거립니다.
배추향에, 달래향에, 기름향에, 불향에, 포도향에 봄밤을 거닐던 땀내음까지..
봄 다 잡아먹고 느닷없이,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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