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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0초 리뷰

[도을단상] 연우소극장 산난기

여전히 인간성 상실의 고발이 리얼리즘인가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연우소극장 산난기

연우 소극장에 올라가는 작품은 믿을 만합니다. 그런 신뢰를 안고 대학로로 달려갔습니다.

철거를 앞둔 폐가에서 중국집 배달을 하며 살아가는 무기정학 당한 소년에게, 임신한 모범생 소녀가 나타납니다.

비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상황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소녀가 자신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대리모를 선택함으로써 벌어진 일이란 것이 밝혀집니다.

환경을 상황으로 바꿀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인간임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가난하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대리모로 팔 수밖에 없다는 식의 익숙하고 그만큼 오래된 구도로 극의 상황을 설정합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캐나다, 멕시코(일부 지역), 영국, 호주, 아일랜드, 덴마크, 러시아, 라오스, 인도, 이스라엘 등에서 대리모가 이미 합법인 상황에서 2025년에 대한민국이 대리모라는 소재를 통해서 던져야 하는 질문이 과연 무엇인가 라는 관점에서 저는 연극과는 상관없이 상상 속의 여행을 했답니다.

상업적 대리모이든, 이타적 대리모이든 매춘까지도 자의에 의한 경우가 많은 요즘 세상에, 보다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상황 속에서 대리모의 문제를 다뤘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 작품에서 대리모는 소재일뿐 주제가 아닙니다.
산난기産難期
산란기는 알을 낳는 기간을 의미하는데, 이 작품에서 말하는 산난기는 '낳기 어려운 시기'를 말합니다.

인생의 어떤 시기들은 '무언가 결과를 낳기 어려운 시기'가 있지요.

인간성 상실, 소외를 다루고자 하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철거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아저씨 여기 사람 있어요"라는 대사가 마지막으로 무대 위를 뒹굽니다.

관객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역시 극단의 의도가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는 못한 것 같네요.
2025년의 리얼리즘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필요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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