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체감 온도 44도, 죽음의 산행

멀티 장르 블록버스터 산행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체감 온도 44도, 죽음의 산행

아침 8시부터 서둘러 움직여서 죽음의 산행을 다녀왔습니다.
예고한 대로, 햇볕정책은 정말로 뜨겁더군요.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엄청난 블록버스터 어드벤처 장르가 되었습니다. 폭염의 태양을 가슴으로 안으며 위로 위로 올라가는 한 걸음 한 걸음은, '신에게 더욱 가까이'를 갈구하던 고딕의 뾰족한 정신 세계를 드러내는 장엄함마져 느껴졌습니다.

12시가 넘어가니 인적이 딱 끊기더군요. 그 넓은 산 속에 아무도 없고 우리만 남은 듯했습니다.
'아무도 없는' '산 속에 우리 둘만'이라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장르가 갑자기 호러물로 바뀌더군요. 막걸리까지 한 잔 걸친 을녀가 혹시 저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갈까 봐, 식사가 끝나자마자 죽을 힘을 다해서 산 아래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천방지방 지방천방, 곰비님비 님비 곰비, 허위허위 인적을 찾아 내달리다보니 어느덧 진관사 경내에서 신도들의 목소리가 들리더군요. 살았습니다.
사람들이 많은 경내로 들어서면서 다시 한번 장르가 판타지로 바뀌더군요. 눈에 들어오는 세상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지금은 찬물 샤워를 마치고, 조신하게 앉아 맥주와 안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르는 SF가 될 것입니다.
한 잔을 들이키자마자 저는 '별유천지 비인간'의 경계를 오가는 인터스텔라 여행을 시작할 테니까요.

암튼, 저 아직 살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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