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소복한 하루
[도을단상] 느린 여행, 길에서 길을 묻다
늘어지게 자다가 12시에야 길을 나섰습니다.
전쟁을 피해 남으로 남으로 가던 그 길처럼, 비를 피해 남으로 남으로, 느리지만 집요하게 비 개인 땅과 하늘을 찾아 남도로 남도로 파고 들었습니다.
진안까지 240킬로미터를 내려오는데 걸린 시간이 6시간.
다행히 6킬로미터의 메티세콰이어 포장도로는 수밀도의 촉촉함으로, 나무는 더러움을 씻어내 마알간 얼굴로, 초저녁의 어설픈 어둠을 베일처럼 두르고 수줍은 표정으로 도을을 맞아주더군요.
오가는 모든 인위人爲를 다 세우려는 의지로 길을 막아섰더니 어느새 도을을 둘러싼 시공간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적막함이 그득.
차도 옆으로 길게 낸 데크 길을 일부러 찾아서 걷고 마이산으로 달립니다.
야간 조명을 받으며 산길을 마저 걷고, 차박을 위해 진을 칩니다.
진을 친다고 해봐야 번거로움을 꺼리는 도을의 기깔나게 게으른 성격대로, 화장실이 멀지 않은 곳에 차를 대고, 뒷좌석을 굴복시켜 눕힌 자리 위로 에어매트를 까는게 전부이긴 합니다. 험험
불꺼진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미리 준비한 김밥과 맥주로 소박하지만 소복하게 풍성한 하루를 곱씹으며 느린 하루의 잔영을 느껴봅니다.
배가 너무 부르면 계곡 따라 조성된 조명 있는 데크 길을 따라 또 걸으며 길에서 길을 물으렵니다.
허지만 그렇게 소담한 오늘도 가버리면 그 뿐.
내일 몫의 길을 또 걸어내자면 결국엔 지친 몸을 누이고 휴식을 취해야 합니다.
어차피 달도 없네요.
그니까,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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