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에쿠우스 이전과 이후

한국초연 50주년 기념작 연극 에쿠우스에 대한 복종과 경배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에쿠우스 이전과 이후

아들의 생일을 맞아 대학로에서 데이트를 했습니다.
홍콩음식과 맥주로 섭섭지 않게 목을 축이고 배를 채운 뒤 극장으로 세 식구가 입장을 했습니다.

538.
제가 오늘까지 본 연극과 뮤지컬의 편 수입니다. 그러나 고백건대 제 연극관람은 에쿠우스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 같습니다.
나의 마지막 아이가 태어나는 날, 제 영혼이 새롭게 태어남에 감사하고픈 마음입니다.

말의 눈을 찌른 소년의 정신치료과정을 통해 보여주는 좌절과 트라우마와 복종과 경배와 배덕의 스펙트럼을 통해 현대인의 메마르고 강퍅한 정신을 고발합니다.

들여다보는 자와 들여다 봄을 당하는 자가 도치되고 전복되며, 우리가 원하는 결과가 과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묻는 말이 숨 가쁘게 내달리는 말처럼 대사와 몸짓이 서둘러 짓치는 뒤를 헐떡거리며 쫓아가면서도 무대와 연출이 보여주는 풍광에 압도당하는 순간들이 묶이고 묶인 다발로 120분.
그야말로 야성적 복종이요 원시原始에의 경배 그것이었답니다.

연극이 끝나고 극장 밖으로 나오자 아들이 악수를 청하더군요.
감사합니다. 생애 최고의 생일선물입니다.
그야말로 이성적 복종이요 시원始源에의 경배가 느껴지는 악수였답니다.

을녀의 탁월한 안목과 도을의 푼돈이 만나 자식과 벗 되는 순간입니다.
작품의 여운을 곱씹으며 걸어가겠다고 돌아서네요.
우리도 돌아서 전기로 움직이는 철마에 오릅니다

아, 에쿠우스...
아직도 심장이 벌떡거리며 투레질을 합니다.
벌써 다시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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