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협의 희곡과 연출이 빚어낸 명작, 스카프
[도을단상] 고품격 코미디극 스카프 재관람
코끝이 찡하도록 추운 겨울 공기를 가르고 다시 대학로로 나온 이유는 미친 듯이 웃으며 보았던 연극 스카프의 앵콜공연이 있기 때문입니다.
전세기 배우의 능청스러운 연기는 여전하더군요. 여배우 이윤경 배우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닳고 달은 여자의 이미지를 가진 윤경에 좀 더 어울리는 캐스팅이 아니었나 싶더군요.
빙의라는 소재를 살인과 음모를 풀어내는 도구로 사용하는데 놀랍도록 정교한 서사 속에서 벌어지는 막다른 상황을 웃음으로 풀어내는 희곡과 연출이 정말 대단한 작품입니다.
예를 들어 작가를 속이려고 퇴마사를 통해 죽은 아내의 혼을 불러 빙의를 시도하는 장면에서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는 관객을 깨우는 대사가 튀어나오는 식이죠.
"근데 퇴마사면 귀신을 쫓아내는 거 아닌가요?"
할 말이 없어진 퇴마사가 용케 그 상황을 빠져나오는 동안 객석은 그야말로 폭소와 킥킥거림으로 흥건해집니다.
관객의 예상을 깨면서 웃음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무지나 무의식적인 받아들임, 그 상투적 수용의 부조리를 깨우치게 함으로써 웃음이 안에서 터져나오게 하는 작가의 집요함이랄까 디테일이 오늘은 더 와닿았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만이 아니라 잘 교직된 희곡과 연출이 좋은 배우들을 만나는 현장에서 웃음꽃이 핀 격이랄까요.
맘껏 낄낄거리다 싸구려 이미지 가운데서도 고혹적인 미소를 띠는 여배우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수작을 부리고 싶어지는, 그렇게 낮게 깔린 초저녁의 어둑함과 음산한 찬 바람이 뒹구는 대학로 골목 어디쯤으로 스며들어 뜨끈한 국물에 소주를 들이키는 도을이 보이지 않나요?^&^
괜히 절 찾아 대학로 골목마다 도을~도을~ 외치며 헤매지 마시고 이른 저녁 든든하게 먹고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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