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회색도시로의 귀환

떠날 준비를 위한 돌아옴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회색도시로의 귀환

며칠동안 푸른마을에 있다가 회색도시로 돌아왔습니다. 원주를 지나니 미세먼지 상태가 안 좋아서 차 안에서도 목이 따갑더군요. 정말로 차를 돌려 다시 동해안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자원들이 도시로만 집중된다고, 그래서 문제라고 들었는데 지방 마을들을 돌아보면 참 자원이 흔하더군요.

우선 땅이 흔합니다. 수직의 격벽들로 차단된 채 북적북적한 도시와 달리 널찍널찍 탁 트인 시야에 무료주차장도 많고 주차칸도 넓고..암튼 땅이 흔하더이다.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도 흔했습니다. 산소캔을 사서 간혹 들이마시는 도시와 달리 폐부에 와 닿는 신선한 공기와 올려다 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시야각 안으로 들어와 자리잡는 능선과 푸른 하늘이 지천으로 흔하더군요.

사람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씀씀이도 도시보다 넉넉하고 흔했습니다. 어쩌다 그런 사람 하나 만났다가 아니라 만나는 사란들마다 대개 친절하고 후한 인심을 보여주었습니다. 물회에 따라 나오는 미역국을 리필해서 한 대접을 먹고 나올때 보니 그 미역국을 따로 시키면 12000원이더라구요. 정확하게 판매하는 그 그릇으로 한 그릇 분량을 잘 얻어먹었답니다. 물론 불쌍해 보이는 제 외모도 한 몫을 했겠지만서도요. ㅎ

30년 지나면 부셔 없앨 집의 보유세 올린다고 열을 올리는 도시 사람들의 흥분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의미로 흥분되는 풍경과 공기와 사람까지 그야말로 다른 세계의 하늘(天)과 땅(地)과 사람(人)들을 만나고 다니는 삶, 별유천지 비인간을 접하는 떠돌이의 삶은 우선 무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저의 마음 속에서는 정말로 유목민으로서의 인생3막에 대한 열망이 커짐을 느낍니다.
아들놈에게 집 줘버리고 저는 차박하면서 전국을 돌아다니다 간간히 훌쩍 비행기를 타고 해외라도 다녀오거나 연극과 뮤지컬을 본 후 시원한 맥주를 넘기며 제 나름의 관람평을 나누는 하루하루..

그런 노후에 대한 준비를 차곡차곡 하나하나 잘 하기 위해 저 희뿌연 회색 도시 속으로 매연 하나 뿜어내지 않는 전기차를 몰고 들어갑니다.

떠남은 언제나 돌아옴을 위한 것.
떠나옴은 또 언제나 돌아감을 위한 것.
브라보 마이 라이프.

1963 라면을 먹는 사치를 오늘도 부릴랍니다.
그니까 부러워만 말고 맛있게 아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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