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우리는 이미 구원받았다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

마치 숲 속을 걷는 듯이 성당 내부 디자인이 독특합니다.
나무 줄기와 가지를 따라 올라가는 시선마다 빛이 가득 흘러들어옵니다. 자연채광으로 신의 영광을 표현하는데, 시간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과 분위기가 연출되겠지요. 맑은 날의 건조하지만 청량한 숲속 공기와 비라도 내리는 날 숲이 뿜어내는 축축한 공기가 빛의 질감울 통해 다르게 전달될 것 같은 그런 공간설계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도 동쪽은 푸른 계열, 서쪽은 붉은 계열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채택했군요.
내부에 있는 조각들은 성경의 구절들을 설명하고 있고 천정 중앙은 태양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주의 기도문은 전 세계 50개의 언어가 등장한다고 하고 한글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찾아내지 못했습니다만 찍어둔 사진을 확대해 보니 좌측 하단에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소서'라는 구절이 있네요. 중국어와 일본어는 빈도가 좀 더 높게 새겨져 있구요. 신의 음성이 잘 닿지 않는 나라들이라 여러번 새겼나봅니다. ㅎ

예수상도 지금까지 보아 온 예수상보다 다리의 위치가 곧지 않고 많이 굽은 모습인데, 1968년 발굴된, 십자가형을 받은 죄수의 유골을 바탕으로 복원된 과학적 결과를 잘 반영한 듯합니다. 가톨릭은 개신교에 의해 고루한 보수의 이미지를 뒤집어 쓰고 있지만, 실제로는 개신교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오류를 인정하고 수정하는 진보적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도 교회보다는 성당을 다니려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구요. 올해나 내년부터는 성당에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유럽의 건물들이 서로 벽을 이어 붙여 짓고 창문의 폭을 줄이거나 가짜 창문을 달거나 창문의 개수를 줄인 것은 창문세라는 '카이사르의 세금'을 피하기 위한 도전과 응전의 결과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카이사르의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운 성전에 입장하면서 창 넓은 공간으로 둘러퍼지는 빛의 향연을 바라보는 것은, 오늘날 우리가 일요일에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창 넓은 카페에서 통창으로 밀고들어오는 햇살에 넋을 잃게 되는 그런 경험과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요.

카이사르가 사라진 21세기에도 살아남은 예수가 '우리는 이미 구원받은 존재'임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구원받을 존재'라고 말하는 거짓 종교지도자들의 말이 아니라, 우리가 이미 '구원받은 존재'라는 성서의 말에 더 신뢰가 갑니다. 우리 조상들이 설날 덕담을 미래형이 아니라 과거형 시제로 말하듯이 신의 음성은 우리가 이미 구원받은 존재임을 다시 일깨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체중생이 개유불성이요, 일체만법이 개시불법인 것이지요.

그런 공간에 다녀왔습니다.
장엄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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