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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을단상]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초고속열차 이동
아침 9시 초고속열차 AVE를 타고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이동을 했습니다.
1등석 좌석요금이 무려 160유로가 넘습니다. 고환율 시대의 한국인은 자꾸 이런 거에 쫄게 되네요. ㅎ
조식이 제공됩니다. 비행기 요금 받더니 비행기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네요. 호텔 조식을 먹고 열차에 오른 저는 커피만 한 잔 달래서, 따뜻한 커피를 홀짝이며 창 밖으로 눈길을 돌립니다.
초고속열차라고 하지만 신호기 이상으로 정면충돌 사고가 있었던 터라,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까지 이동하는데 3시간 4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중간에 사라고사 한 곳만 정차하고도 말이죠. 유럽에서 처음 경험하는 철도 이동이라 그 자체를 즐겼습니다.
놀라운 것은 600km를 달리는 동안의 바깥 풍경입니다.
도시가 없어요.
황량한 황무지이거나 무언가를 재배하는 밭이 있을 뿐 건물과 사람으로 넘치는 도시가 없었습니다.
하도 신기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인구밀도 지도를 찾아보니 비로서 이해가 되었습니다.
첨부한 지도 정중앙이 마드리드, 4시방향이 바르셀로나, 2시방항이 사라고사입니다. 마지막 지도에서 보듯이 주요도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지역이 인구밀도가 매우 낮더군요. 대한민국의 5배 땅에 5천만명이 사는데, 전 국토의 70~80%가 인구가 희박한 '빈 스페인'이라고 불린다고 하네요.
아...맥이 쫙 빠지더군요.
레콩키스타.
저들이 무려 781년 간 이슬람세력과 싸워서 이베리아 반도를 회복했다는 대서사시가 사실은 몇 개 도시를 둘러싼 공방전을 제외하면 그저 황무지를 걸어간 것에 불과했다는 것이니까요.
이슬람 세력이 711년 침략을 시작하여 이베리아 반도 대부분을 정복하는데 5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래서 직접 와 봐야한다니까요.
역사책에 있는 내용들도 이렇게 와서 직접 봐야 알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네델란드와 같은 소국도 한때 세계를 오로지한 바가 있으니 국토와 인구가 전부는 아니지만, 세계를 호령한 스페인제국의 시작을 알리는 레콩키스타의 실상을 알고 나니, 그 이후의 약탈 경제에 기반한 스페인 제국의 도약과 빠른 몰락이 쉽게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열차 한 번 탄 것 치고는 소득이 매우 큰 여행이었습니다. 제 안의 고정관념 하나가 산산히 부서져 나갔습니다.
이 기쁜 소식을 알리려 목숨 걸고 달리지 않아도 되는 21세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르나니,
그니까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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