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발 아래 세상을 굽어보니

마르코 폴로가 안 부러운 유목민의 삶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발 아래 세상을 굽어보니

저는 도시를 방문하면 그 도시의 전망대를 한 번씩은 올라가 보려고 의식합니다.
마천루는 그 시대 과학기술의 집약이기도 하거니와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모습에서 그 도시의 전체적인 실력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78년에 인구 2만 명의 소도시에서 출발하여 2026년에 인구 1800만 명의 대도시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2100년의 미래를 서둘러 앞당기고 있는 도시가 선전입니다.
서독, 대만, 한국의 경제성장이 '대공산권 쇼윈도우 전략'의 일환이기도 했던 것처럼, 홍콩에 면한 '대자본권 쇼윈도우'의 역할을 맡아 중국식 사회주의(공산주의를 내세운 중앙집권적 국가 자본주의)의 실험장이자 선전장이 된 도시지요.

가장 먼저 개혁개방의 바람 속에서 개발된 도시인만큼 구도심은 중국에서 가장 노후된 건물들도 많습니다. 1998년 제가 처음 심천을 방문했을 때 심천의 평균연령이 26세였고 여성비율이 70%가 넘은 상태였습니다.
젊고 아름답고 매혹적이며 퇴폐적인 유흥의 밤공기와 힘차고 열정적이고 헌신적이며 저돌적인 공장의 낮공기가 뜨거운 열기를 내뿜으며 중국의 성장 엔진을 돌리는 심장역할을 하고 있었죠. 그 때는 저도 20대였답니다.후후

30년이 지난 지금 선예상청과 같은 쇼핑몰 스타벅스와 식당에서 곱게 나이든 중장년 여성들이 흰 머리를 드러낸 채 미소 띤 얼굴로 낮 시간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모랄구호를 외치며 제게 공장혁신 교육을 받았거나 저의 옆 자리에서 교태를 뽐 내며 술을 따르던 여인의 모습이 스쳐가는 30년 세월도 돌아보자니 순간입니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은 채로 전망대를 어슬렁 거리며 발 아래 내려다 본 세상은....
무섭네요 ㅎ.

지하 85미터 데린구유로부터 지상 600미터 핑안금융센터에 이르기까지 수직으로 약 700미터에 비행기 최고고도로 12킬로미터.
세상천지 해외도시 200개 이상의 도시를 돌아다니며 수평으로는 지구 수 십 바퀴.
일개 소시민의 자식으로 태어나 소시민을 낳은 소시민으로서, 이만하면 되었다 싶은 여정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갑니다.

세상을 발 아래 굽어보니, 또한 아름답습니다.
가히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픈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공부해서 남 주자는 직업으로 30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멈추지 않고 늘 전진하자는 뜻으로 '도을'이라는 호를 지었던 생각이 납니다.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 폭염 속에서 제가 가야할 방향과 속도를 가늠하고 다시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안심이 되네요. ㅎ
그니까 주말 푹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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