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덕수궁 야경 가이드투어

왕국에서 제국으로, 그리고 민국으로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덕수궁 야경 가이드투어

어제의 황당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하여 특별히 덕수궁 야경 가이드투어를 준비했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까막눈으로 둘러보자면 30분이면 될 조그마한 덕수궁을 2시간이 넘도록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며 돌아보았습니다.

정릉동행궁, 경운궁, 덕수궁, 서궁 등의 이름으로 불리던 이 궁전은 참으로 기구한 운명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임금이 갈 곳이 없을 때마다 할 수 없이 머물던 곳이며, 조선과 대한제국의 망국의 한을 품은 곳입니다.

오늘따라 달이 밝아 해가 진 뒤에도 설움많은 덕수궁이 환한데 전문가가 침을 튀기며 분개한 표정으로 고종과 명성황후의 무능과 부패를 설명하니 새삼 죽은 사람은 모르되 남은 건물들이 더욱 부끄럽지 않았을까 싶네요.

일제의 피해자라는 이유로 미화되어 있는 고종과 명성황후가 걸었던 어로御路를 이제는 민국의 주인인 시민들이 걷습니다. 중화정 앞에 도열했을 1품부터 9품까지의 신하들이 그 때는 한 사람을 위해 충성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1급부터 9급까지의 공무원들이 주인되는 시민들을 위해 충성하고 있음을 알려주듯 시청건물과 별관이 덕수궁을 내려다보며 늦게까지 불빛이 꺼지지 않고 있습니다.

70대 중반은 되셨을 문화해설사님께 몇 번이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마패를 찬 채 말을 타고 떠났을 어사라도 된 듯한 뿌듯함과 당당함으로 철마를 타고 민국의 주인이 머무는 거처로 향합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황제의 만수무강을 외쳤던 곳,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만세'라는 용어를 사람에게서 국가에게로 돌린 곳,
문화강국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며 좋아할 사형수 김구를 살린 곳,

덕수궁의 밤이 깊어갑니다.
그니까, 잘 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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