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웨딩 플레이어

추락과 비상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웨딩플레이어.

9시간 동안의 오징어게임 몰아보기는 피곤한 일이었나 봅니다.

11시에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 덕분에 현실의 하루가 느닷없이 호출되어 침대 위에 내던져지더군요.


낙지 육수에 국수를 삶아 어제 담은 겉저리와 기깔나게 먹어주고 지하철을 탑니다.

영화에나 나오는 타임머신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1시간 뒤에는 어김없이 꿈과 환상의 시공간으로 저를 옮겨놓는 지하철 이동은 그래서 즐겁습니다.


웨딩플레이어.

결혼식의 반주를 담당하는 윤지원이 내일 행사에 못 가게 되어 대신 연주할 알바를 구합니다.

카카오톡 영상통화로 연결된 알바생과 나누는 한 밤 중의 대화를 통해 웨딩 플레이어라는 나락으로 떨어진 어느 음대생의 이야기와 그러한 좌절을 딛고 일어나는 직업인으로서의 웨딩플레이어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결국 다 윤지원의 이야기지만요^&^


결혼식장에 울려 퍼지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해설과 자연스러운 연기, 흥미로운 서사가 다 좋았지만 뮤지컬인데 음악이 약간 졸렸어요.ㅋ

어쩜 이 졸음은 뮤직 플레이어의 잘못이 아니라 오징어게임의 잘못일 가능성이 농후하긴 했지만요..^&^;;;

가을이면 작업복처럼 막 입는 가죽점퍼를 꺼내입는 것으로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겠고, 망한 마라탕집과 문닫은 카페와 폐업한 편의점과 백종원의 인기와 달리 불꺼진 롤링 파스타 매장들이 빚어내는 쓸쓸함 사이로 대박난 달고나 포장마차 노부부의 햇살같은 웃음과 휘둥그레 둘 곳을 모르는 눈동자가 토해내는 흥겨움이 뒤엉켜 나뒹구는 대학로의 가을이 몹시도 그로테스크하지만 매력이 넘쳐서...


연극이 끝나고 극장을 나왔지만 현실로 가는 지하철을 타는 대신에 다시 환상의 나라로 가는 티켓을 손에 쥐고 마약같은 커피를 홀짝이며 입장을 기다리는 중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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