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도의 길이나 방광의 크기 모두에서 생물학적 열세를 극복하고 기계적 평등의 형식논리 안에서 부들부들 떨었을 여성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MI6를 은퇴하고 서아프리카 출신 흑인여성이 007로 코드네임을 받았다면서 본드에게 말합니다.
"어차피 숫자에 불과하니까요.."
저는 얼핏설핏 졸다가 앞으로는 저 여성이 주연으로 나오는 007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제임스 본드가 죽더군요.
환영할만한 죽음입니다.
좋은 결말이죠.
이름에 불과한 것은 007이 아니라 제임스 본드죠.
중장년의 남자가 젊은 여자를 품으며 냉전시대의 이분법을 강요하는 구시대 캐릭터 제임스 본드는 50이 넘은 제게도 너무 구렸거든요.
과거엔 몰랐는데 제가 중장년의 나이가 되니 제임스 본드가 풍기는 페로몬 냄새와 밤꽃냄새가 더욱 역겹더군요..ㅋㅋ
사실 시작부터 21세기에 어울지 않았어요.
친절이라고는 쌈싸먹은 CGV용산의 직원인지 알바인지 모를 여인의 딱딱거리는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를 뒤로 하고 극장엘 들어갔고, 조명이 꺼진 뒤에도 휴대폰 광선을 뿜어대는 몰지각한 인간들과 영화중간에 아무렇지도 않게 휴대폰 잠김화면을 여는 인간군상을 날려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때 미사일이 일본의 한 섬을 박살내면서 제임스 본드가 사라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