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을단상> 이터널스...점성술 도화지에 그려진 헤브라이즘에 대한 헬레니즘의 역전, 그리고 오리엔탈리즘에의 경배.
유일신 혹은 신 중의 신으로 묘사되는 프라임 셀레스티얼 아리셈의 피조물인 이터널스와 데비안츠의 7천년에 걸친 싸움이 소재입니다.
신 아리셈의 뜻을 거역하고 인간의 생존과 사랑을 위해 인간을 구한다는 헬레니즘적 결론을 담고 있죠.
서사는 스포일러에 불과하니 영화에 담긴 세계관이랄까 철학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점성술에서는 기원전 2천년부터 기원까지를 양자리, 기원부터 2천년까지를 물고기자리, 2천년부터 4천년까지를 물병자리의 시기로 대략 분류합니다.
양자리를 상징하는 인물이 길가메시 즉 인간중심의 헬레니즘의 시대, 물고기자리를 상징하는 인물?이 예수입니다. 2021년 현재는 예수의 시대 즉 유일신의 헤브라이즘의 시대가 끝나고 막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블 세계관은 히어로들을 하나로 묶어내면서 다신교적 색채가 강해지고, 히어로의 존재이유가 위기에 처한 인간을 구하는 것이기에 현세중심적이고 인간중심적인 양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터널스에 등장하는 그리스신화 속 인물이나 신들은 헤브라이즘이 설명할 수 없는 현실세계의 복잡함이 선악으로 구분하는 신앙만으로는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긴장과 불안을 내포하고 있음을 드러내면서 헬레니즘 세계관으로의 회귀 혹은 2천 년만의 역전을 보여줍니다.
나아가 헬레니즘 세계관이 풀어내지 못하는 우주론과 물리학 등의 선구적 토대가 되는 광의의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귀의를 통해 아리셈과 셀레스티얼, 이터널스와 데비안츠, 지구가 속한 우리 은하와 다른 은하와 우주를 불교에서 말하는 화엄세계관(먼지 하나에 온 우주가 들어있다)과 물리학적으로는 프랙탈 구조(우주는 자기반복이다)이며 선악은 대립이 아니라 불이(不二.서로 다르지 않다)의 관계에 있음을 번복되고 반복되는 선악구조의 전복(영화 속에서 이터널스와 데미안츠는 선이기도 하며 악이기도 하다)을 통해 동양사상을 통한 해결책이나 적어도 인식의 변화가능성을 갈등과 고민의 양상으로 보여줍니다.
그러나 히어로물의 근본적 한계인 수호와 격퇴의 2분법적 구조가 아니면 액션신을 뽑아내기가 어려운데 그래서인지 이터널스는 액션신이 좀 약합니다.
결국 결론에서도 아리셈에 대한 반항조차도 아리셈의 예비이며 그 행위에 대한 심판의 날이 있을 것이라는 헤브라이즘적 변주곡이 함께 흐르기도 합니다.
암튼 마블시리즈에서 이렇게 계속되는 세계관의 구축과 다양한 히어로의 등장은..
확정성의 시대, 유일신의 시대, 획일성의 시대가 끝났음을 알리는 물리학과 우주론의 학문적 성과들을 바탕으로 불확정성의 시대, 불가지론이나 유물론의 대두, 다양성의 시대가 왔음을 공고하게 선언하면서
과연 물병자리의 메시아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모색과 투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리즈가 액션물이라는 것이 어쩌면 그들이 원하는 세계관에 거의 유일한 노이즈이자 데비안츠일 수 있다는 역설을 후속작들에서 어떻게 풀어낼 지가 궁금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