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우 캐스팅을 봤습니다만 여배우 버전이 더 좋다는 동아리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고 재관람을 결정했지요.
과연 21세기는 여성의 세기입니다.
이렇듯 모든 영역에서 여성의 퍼포먼스가 더 뛰어나니 흐미 이를 어쩔까요.
제가 지금 태어났다면 여성에게 기꺼이 가부장권을 넘기고 자아실현하며 살 수 있었을텐데 딱 한 세대 먼저 태어나서 무겁고 짐진 인생을 헤쳐나왔네요.ㅎ
뛰어난 연기에 한 두 차례 음이탈마저 감정이 북받쳐서 그런 거라고 믿고 싶을만큼 좋았습니다. 감정대역이 넓어서인지 여배우 버전의 롤러코스터가 훨씬 더 재미있었습니다.
스토리라인도 탄탄합니다만 9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대사와 노래를 쏟아내는 그 체력과 정신력이 대단하더군요.
90분 특강을 하고 온 몸이 땀에 젖어 나오곤 했던 코로나 이전의 제 모습이 얼비치는 실루엣 너머로 사랑과 미움, 원망과 자학을 넘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는 인간의 놀라운 회복력을 목도하며 삶을 희망하게 됩니다.
피아노 전공자로서 어쩜 가장 낮은 자리인 웨딩 플레이어. 그 곳에서 오똑 일어서는 누군가를 위해 박수를 보내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세상에 하나 뿐인 꽃임이 분명하므로 각자의 삶은 온전히 절대적입니다. 뭇사람들이 스스로를 옭죄는데 사용하는 잣대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그럴듯한 인생을 살았노라는 깨달음으로 부활한 그녀를 통해 오똑 일어나 자기들의 삶을 살러 몰려나가는 관객들의 뒷모습을 마지막까지 바라보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연주에 혼신을 다하는 밴드에게 기꺼운 박수를 보내주고, 감동에 찬 물을 끼얹고 현실로 소환하는 앙칼진 극장스태프의 째진 목소리에 밀려 최후의 관객으로 퇴장했습니다.
극장 스태프 그녀가 좀 더 스스로를 긍정하는 삶을 살기를 바라는 화살기도를 하며 나섰습니다. 오늘이 마지막인 서울시 빛초롱축제를 둘러보고 너무나 뿌듯한 가슴을 안고 집으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