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나를 불러 내

뜻 밖의 인연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뜻밖의 인연, 나를 불러내.

커다란 실수가 벌어졌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취소되었던 공연을 8일에 다시 예약을 했고 확인문자를 받았기에 안심하고 퇴근 후에 합정역으로 나갔습니다.


자신 있게 이름을 댔는데, 원래 보기로 한 공연은 목금토일만 한다네요. 담당자가 실수로 8일 변경확인 문자를 제게 보낸 것이었어요. 오늘은 다른 극단에서 공연을 하는 날이랍니다.

제목은 나를 불러 내. 포스터를 보니 오늘 딱 하루만 공연을 하는 유일무이한 작품이었지요.

당황하는 저를 본 극단 깃수의 스태프께서 공연시작 시간에 빈 자리가 있으면 자기들 공연을 보고 가라 하더군요. 감사할만한 작은 기적이 그녀의 배려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30살의 남자와 여자가 재회하는 순간을 묘사하기 위해 해설자와 19살 당시의 그들 남녀가 등장해서 그 기억의 빈 틈을 메우는 역할을 합니다.

광명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도 그런 기억이 있죠. 집앞의 광남중학교 교정을 지날 때면 15살의 제 모습이 떠오르면서 언덕 아래로 친구를 뒤에 태우고 자전거로 내달리는 저와 위험하다고 소리치는 선생님의 성난 목소리와 다음날 손 들고 벌서는 모습 등 그 시절의 저와 다시 만나게 됩니다.

나를 불러내..이 작품은 그렇게 과거의 나와 만나는 현재의 나의 이야기입니다.


씨어터 앤 펍 맥거핀이라는 이 공간은 오늘은 좌판을 깔고 의자를 놓아 관객들로 가득했지만 원래는 극장식당이라네요.

오늘 무대가 놀라웠던 건 암전 한 번 없고 스팟 조명 한 번 안 쓰고 그냥 전등 켜진 채로 배우들이 움직이면서 대사와 연기를 하는데 놀라울 정도의 몰입을 이끌어내더라는 겁니다. 성북구에 있는 뜻밖의 극장의 작품, 우리동네 동선동을 볼 때 느꼈던 순수함과 참신함과 몰입을 다시 한 번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먼 훗날, 오늘밤 제게 행복할 수 있는 기회를 건네 준 극단 깃수의 이름모를 그녀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가득한 지금의 나와 다시 만날 수 있으려나요?^&^


아, 오늘의 기적은 하나가 아니랍니다.

원래 예약했던 공연 담당자가 정말 미안하다면서 일요일로 공연을 다시 잡아주었고 혹시 재미있어서 재관람 의사가 있다면 몇 명이 되었든 무료로 초대를 해 주겠다고 하네요.


하, 나란 남자! ^&^;;;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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