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영화 끝없음에 관하여

삶은 커다란 웃음이다. 블랙코미디.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영화 끝없음에 관하여..리뷰

오늘 1시에 갑자기 시사회에 초대되어 퇴근하자마자 차를 몰고 영화관으로 갔습니다.

영화관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내일 휴가가 코로나 백신접종으로 인해 취소 및 연기되었다는 기가 막히는 소식을 받았습니다.

망연자실해 하더군요.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요.

모든 상황이 이렇게 이어지기 보다는 끝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겠지요.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이태리 영화입니다.

무심한 듯, 감정적으로 등거리인 에피소드들이 모자이크의 타일처럼 끊임없이 90분간 이어집니다.

우리는 '끝없음'을 갈망합니다. 불멸이라면 영혼이라도 팔 기세이고, 영원이라는 단어에 목숨을 겁니다.

끝이 없이 계속되는 어떤 상태..에 대한 근본적인 목마름이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그냥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줄 뿐입니다.

못 본척 지나치는 친구 앞에서 황당한 사람.

믿음을 잃어버린 신부.

제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 정도의 의사.

길을 잃어버린 남자.

총살형을 앞두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남자.

가문의 명예를 위해 자식을 죽이고 울부짖는 아버지.

아들을 먼저 보낸 노부부.

자동차가 고장 나 멈춰버린 남자...등등등


끝이 없이 아무런 설명도 없는 지루하고 무의미할 정도로 퇴행적이고 답답하고 짜증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에피소드의 타일조각이 모이면 하나의 분명한 메시지가 드러납니다.

모든 장면들이 '이대로 계속되느니 차라리 끝나는 것이, 끝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되는 장면들입니다.

내일의 휴가가 취소된 내 아들의 오늘처럼 말이죠..


제목으로는 '끝없음'에 관하여 이야기할 것 처럼 해놓고 실제로는 '끝'에 관하여 이야기하는 아주 고차원의 블랙코미디인 것입니다.

끝남과 끝냄의 의미와 유용성, 역설적으로 종료가 있기 때문에 활기가 넘치는 순간순간들의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데 감독은 성공합니다.


모두가 드디어 끝났다고 안도하며 지긋지긋하고 지루하고 따분하거나 답답한 일상의 3차원으로 기쁘게 달려나가게 만드는데 성공했으니까요.^&^


저예산영화나 독립영화 혹은 예술영화를 가끔 봐줘야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까요..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니까요.

중반부에 메시지를 읽어내고 검산까지 마치는데 성공한 저로서는 매우 흥미로운 Exam이었답니다~


#끝없음에관하여_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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