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뮤지컬 타락천사

신의 은총과 함께 한 시간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뮤지컬 타락천사....신의 은총과 함께 한 시간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타락천사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는 우리의 선택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은혜받은 시간이었습니다.


22곡의 넘버로 꽉 채워진 뮤지컬다운 뮤지컬, 캐릭터에 충실한 완벽한 캐스팅.

오..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인간을 사랑했고 인간의 죽음을 슬피 울다 신의 질투를 산 에이스천사이자 타락천사 발렌티노.

발렌티노에 의해 하얀 새였다가 천사가 되어 신의 영광을 드러내고자 애쓰는 천사 루카.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그의 조수 자코모를 둘러싸고 벌이는 천사의 미션수행과 타락천사의 방해공작.

하지만 시력을 잃어가는 자코모, 그 인간을 다시 사랑하게 된 발렌티노의 애절한 사랑에서 싹트고 자라난 분노로 인해 악은 존재의 정당성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요..밀라노를 떠나 피렌체에 정착한 다빈치에 의해 발렌티노의 초상화가 완성되지만 이미 자코모, 아니 여성이었던 자코미나는 시력을 잃고 맙니다.


같은 노래가 몇 번이나 반복되지만 맥락에 의해 다른 뜻으로 불려집니다. 오..소름끼치더군요.

놀랍도록 정교한 연출과 단 한 번의 공연을 위한 22곡의 작곡, 휘발되어 사라지는 연기라서 더욱 애절한 배우들의 몸짓.


언젠가 반드시 죽음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언젠가 그래서 모든게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하고, 지금 여기가 소중하고,

너무나 소중해서 떠나 버릴 수도 있고,

너무나 소중해서 미워하기도 할 수 있는 것..


그 유한성을 부러워하는 불멸의 천사가 내뿜는 탄식이 너무나 공감되서 숨이 멎을 것 같은 우리네 인생사 찰나의 아름다움.


악의 존재는 신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함 수단으로 의미가 있고, 사람의 선택은 신의 은총을 드러내는 계기로서 의미가 있다고 믿었던 중세적 인간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는 수작입니다.


화려하지만 산만할 수 있는 대극장 뮤지컬과는 달리 밀도있고 몰입가능한 소극장 뮤지컬의 매력에 흠뻑 빠져 놀아난 밤입니다.


메리.크리스마스.

반가웠다, 발렌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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