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로코 처음 만난 사이

우산 하나에 얽힌 추억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로코 처음 만난 사이

오랜만에 로코를 봤네요.

정극과 뮤지컬의 매력에 뿍 빠져서 한동안 문화적 편식을 했나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30년 전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는 대학로,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핑크핑크 속으로 들어가 앉습니다.


20대 직장인 남녀가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의 기승전결을 다룬 내용입니다.

대단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일 것만 같은 21세기 20대들이지만, 트라우마, 징크스, 미신 등의 이유로 점점 작아지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와 옛 기억을 떠올리게도 하고 후반의 숨은 뒷이야기가 밝혀지면서 명쾌한 마무리가 되어 로맨틱 코미디의 기분 좋은 케미를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첫사랑을 고백하고, 거듭되는 불운의 실연을 극복하고, 젊은 날의 풋풋한 사랑을 이야기하는 낭만적이고 경쾌한 장르가 바로 로코이니까요.


자칫 누구나 알 수 있는 이 뻔한 이야기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역시 디테일의 힘입니다.

정치한 희곡, 섬세한 연출과 조명, 잘 준비된 소품과 의상, 캐릭터에 맞는 캐스팅이 일반을 특수로 만드는 마법을 보여주는데요.


아쉽게도 연극 처음 만난 사이는 그런 면에서는 좀 부족한 느낌입니다.

처음 만난 사이라 그랬겠지요?

이제는 압니다. 피사되고 복제되어 그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는 영상물과 달리 공연물은 배우도, 연출도, 조명이나 소품을 포함한 무대 전체가 성장한다는 것을요.

그래서 쉽게 실망하기 보다는 '다음'이라는 기회를 마음 속으로 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낙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길가에 자리잡은 극장이라서 공연 전이나 후에 낙산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극장 바로 근처에 '카페인 중독'이라는 작은 카페를 애정했었는데, 요즘은 큰 길가에 있는 메가커피를 자주 찾게 되네요. 아라비카 원두가 저하고 맞는 것 같아요. 아메리카노만 마시는데 스타벅스는 폐타이어 삶은 물을 마시는 것 같고..암튼 구수하면서 약간 신맛이 있는 맛을 좋아하는데 카페인 중독이 그랬고 지금은 메가커피의 아메리카노가 그렇네요.


우산이 중요한 매개가 되는 소품으로 등장하는데요.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 물건 하나쯤 있지 않나요? 그것을 바라보거나 쓰다듬거나 조물락거리면서 누구에게도 말 못할, 혹은 말하고 싶지 않은 내밀함이 녹아있는 커피 한 잔 하기에 좋은 햇살이 거실에 왕창 쏟아졌네요.


커피 한 잔 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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