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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an 16. 2022

유럽 그리고 지식인에게서 민족이 질식한 이유

민족과 민족주의를 위한 변명

<도을단상> 유럽 그리고 지식인에게서 민족이 질식한 이유

고대와 중세에는 로마의 속주 이외의 의미가 없었고, 중세질서가 왕조사가 되면서 왕가의 결혼에 의해 국경선이 수시로 바뀌던 유럽은 근대에 들어서 비로서 민족 혹은 민족국가의 개념에 눈뜹니다.


자본주의가 싹 트면서 자본의 소비처이자 수호처로서의 국가권력의 필요성과 종교의 속박에서 이제 막 벗어난 유럽의 군주들의 이익선이 만나며 민족 혹은 민족국가에 대한 상징조작이 필요했습니다.

더불어 영웅들의 역사로만 충분했던 과거와 달리 민주주의의 싹이 트면서 '민중'-덩어리 인간집단의 의미가 커지면서 그런 인간집단의 득세를 설명하는 인과적 연결고리로서 민족에 대한 탐구가 시작됩니다.


한편 공산주의자들에게는 민족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난감한 주제가 되는데요. 계급투쟁이 모든 역사발전의 기본원리라고 보는 그들에게 민족이나 민족간 문제로 인한 갈등이나 모순은 사적유물론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쯤되면 극단적 국가민족주의로 흐른 파시즘이나 나치즘, 그리고 공산당이 왜 그리도 철저하게 서로를 증오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국가주의자에게 공산주의는 국내 생산관계를 교란시켜 국가를 위태롭게 만드는 사상이며, 공산주의자에게 민족주의, 국가주의란 노동계급을 생산관계의 하위에 묶어두는 족쇠이자 계급의식의 맹아를 말려죽이는 사상이니까요.


유럽의 제국주의와 공산주의라는 국제주의 세력은 나치독일로 대표되는 국가주의와 정면으로 충돌하였고 그 과정에서 수 없는 인명이 죽게 되면서, 더구나 유대인이라는 인종청소가 더해지면서 전후의 반성은 결국 '민족주의'가, 그것도 기형적으로 과장되고 집요한 민족주의의 추구가 전쟁과 살육의 원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였죠.


결국 유럽에서, 좌우를 막론하고 민족주의를 언급하는 것은 터부시됩니다.

근대 이후 역사해석의 틀 속에서 만들어진 교과서로 제도교육을 받거나,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지식인들은 유럽인이 아니라도 민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지식인답지 못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영향력을 끼친 '지대넓얕'도 가벼운 수준일망정 마르크스의 사적유물론의 관점과 잣대로 인류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게 민족은 근대와 현대를 거치면서 '악마화'되었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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