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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an 28. 2022

문화의 힘

백산 김정옥의 다완

<도을단상> 문화의 힘

싸구려 커피를 마시던 제가 위염 진단을 받고는 차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집안 구석에 오랫동안 쳐박아두었던 다기세트를 꺼내 물을 끓이고 식히고 차잎을 우리고 찻물을 내려 천천히 마시는 것이 생활화되면서 찬물을 마시는 습관까지 없어졌네요.


그래서 뭐가 좋아졌는지는 솔직히 아직 모르겠습니다만, 삶이 뭔가 조금은 느려지지 않았나 싶네요. 차분해 졌다고 할까. 확실히 술을 마실 때와는 다릅니다.ㅋ


차를 마시다 보니 집에 있는 다완이 생각이 나더군요.

장식장 안에서 십 년 이상 박찬호 싸인볼의 공받침으로 쓰던 다완을 꺼내 봅니다.


제 손 안에 있으니 그저 거무칙칙한 술잔같이 보이시겠지만 저래뵈도 우리나라 도예 부문 최초의 대한민국명장이자 국가무형문화재인 백산 김정옥 선생의 작품입니다.


아침을 먹고 노닥거리다가 거실로 나와 백산 선생이 빚은 다완을 까막눈이나마 깊은 호기심을 가지고 들여다 봅니다.


백산 선생의 다완 너머로 다기들이 보이고 멀리 김길상 화백의 그림이 보이는 풍경과 집 안 깊숙히까지 들어앉은 따뜻한 햇살을 넋 놓고 바라보는 집멍이 나름 멋이 집니다.

 

저녁에는 부모님들과 샤브샤브를 해 먹으려 합니다.

그 몇 시간이면 지금 읽는 책도 다 마치기에 충분합니다.

나흘간 겁대가리 없이 내리꽂던 주식시장도 슬슬 눈치를 보며 대가리를 쳐드네요..

모든 것이 여여합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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