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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한국인만의 시간감각. 설

달리기와 춤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한국인만의 시간감각. 설.

부모님을 모시고 떡국을 먹었습니다.

딸아이는 호주에서 떠국을 해 먹는다하고 아들은 군에서 떡국을 먹는다 합니다.


태양력을 사용하는 나라들과 달리 태음력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는 한국을 포함한 몇몇 나라들은 신정과 설날이라는 두 번의 새해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연말에 작성한 사업계획을 1, 2월에 열심히 수정하듯이, 우리는 2번 결심할 수 있는 날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고 한 친구의 말처럼, 1월1일의 굳은 마음이 3일만에 녹아내려도 우리는 설날이 되기 전에는 아직 진짜 새 해는 온 것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위무할 수 있습니다.


그런 나라들 가운데서도 우리나라만 해가 바뀌면 느닷없이 그 날로 한 살 나이를 더 먹습니다. 대부분의 나라는 태어난 생일을 기준으로 365일이 지나야 한 살을 더 먹지만 우리는 설날이 되면 바로 한 살을 더 먹습니다.

새해 첫 날에 이미 한 살을 더 먹었으니, 내일부터 펼쳐지는 364일은 선물과도 같이 주어지는 덤인 셈이죠. 실수하고 실패하고 넘어져도 얼마든지 다시 시작해도 되는 겁니다.

원래 설날 세배 덕담은 과거형으로 해 준다죠?

수험생에게 원하는 대학을 갔다니 축하한다, 취준생에게 원하는 직장을 갔다니 축하한다는 식으로 말이죠.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관찰과 관계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면 이렇게 과거형의 덕담을 나누는 것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세배를 드렸습니다.

아버지 첫마디가 2021년에는 정말로 너무 행복했었다고 하시네요. 올 해도 건강하게 이 행복을 이어가자고 하시는 것을 보니 코로나 '덕분에'라는 말을 적어도 우리 가정은 쓸 수 있을 것입니다.


떡국 한 그릇에 담아 이미 먹은 한 살.

그 한 해를 메우기 위한 하루하루가 내일부터 시작됩니다.

목적이 있으면 인생은 달리기요, 목적이 없으면 인생은 춤이라고 하네요.

누구는 달리고 누구는 춤을 추겠지요?


음주가무를 즐기고 일잘하는 우리 한국인들이 미리 그려놓고 하루하루 장막을 걷어내어 연말에 드러날 그림은 무척이나 아름다울 것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거지 하라고 부르네요.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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