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100초 리뷰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일본 애니메이션 시사회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하늘의 푸르름을 아는 사람이여

용산CGV에서 일본 애니매이션을 보았습니다.

3년만인가요...제 귓바퀴를 감아오는 일본어의 울림..


5살 소녀 아오이는 18살 언니 아카네와 남자친구 신노의 사랑을 지켜보았습니다.

13년이 지나 함께 도쿄로 떠나자던 신노와 어린 동생에 대한 사랑때문에 거절했던 아카네의 바로 그 나이인 18살이 된 아오이는 그 나이의 관점에서 신노와 아카네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죽은 이의 혼인 유령이 아니라 살아있는 이의 혼인 생령을 등장시켜 5살의 아오이와 18살의 아오이, 그리고 신노와 아카네의 기억을 환기시키고 행동하게 만드는 만화스러움이 있긴 하지만..인간이 갖는 복합감정을 너무나 잘 그려낸 일본스러움에 기꺼이 눈물 한 방울을 내어주었네요.


우물안 개구리는

너른 바다를 알 수는 없지만

하늘의 푸르름은 안다..


시골마을 치치부와 그 어떤 꿈이라도 이뤄줄 것 같은 도쿄, 마을에서 벗어남과 마을로 돌아옴을 통해 얼비치는 성취와 좌절의 그림자들..


사랑하지만 투덜거리는 마음, 진심이 아니면서도 상처주는 말들, 사랑하는 마음때문에 내뱉는 맘에 없는 말과 그로 인해 홀로 우는 울음...그 복잡하고 미묘한 인간의 복합심리를 아주 잘 그려낸 섬세한 작품입니다.


그런 미세한 떨림과 뉴앙스를 일본어 원어로 알아듣는 제 몸과 마음이 또 묘한 감정의 뿌리가 되어 스멀거립니다.

일제시대라면 치를 떨다가도 왜국수가 먹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리던 90살 이모와 미군이 던져주는 초콜릿과 담배에 깃든 가난한 시절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드는 아버지가..그 망할놈의 몸과 머리로 기억하는 그 때의 그 입맛처럼..몸으로 머리로 와닿는 일본어 표현에 반응하는 저는 한일관계가 어색한 지금 동떨어진 아이처럼 어리둥절합니다...


그치만..

그런 거대담론이 아니라면..

정치 따위 잊고 살 수 있는

우물 안 개구리라면

너른 바다는 알 수 없어도

하늘이 그저 마냥 경계를 가리지 않고

푸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애니메이션 하나 보고 갑니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저리도 신난 개구리였는데..ㅋ


.#하늘의푸르름을아는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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