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다는 전시회를 골라서 K현대미술관의 전시회가 낙점이 되는 덕분에 압구정로데오로 고고!
책을 쓰는 작가이자 만화가이며 시각아티스드인 영국인 데이비드 슈리글리의 전시회는 작가적 인식과 습관들이 보인다고 할까요, 뭔가 좀 성실합니다.ㅎ
미술하는 사람들은 대개 불규칙하고 시간관념이 부족하고 제멋대로이지만 자기 작품의 메시지를 설명하는데는 좀 적극적이지 않나요?
그런데 그는 작가와 같이 매일 일정한 시간동안 작업의 루틴을 가지고 있고 일단 공개된 작품의 의도에 대한 질문을 가장 싫어하고 원천봉쇄합니다.
무정부주의자이고 냉소적인 풍자와 불친절한 배설SHIT에 충실하면서도 생계를 넘어 팬덤과 권력까지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은 자주 전통적인 교육관(냉소에 의한 발전은 없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라)을 박살냅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온통 망할 놈의 세상 탓을 하거나 너 때문이라고 손가락질을 하고 벽마다 똥을 그려넣는 무정부주의자도 외롭거나 고독할 새가 없을 정도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 현대성은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근대성을 맹렬하게 부정함에도 불구하고 권력을 얻게 되고, 권위로 떠받들어지는가에 대해서 작가들이 의아해 해야하지 않을까, 그런 의외성에 작가 스스로 당황하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인 그는 기표와 상관없는 기의와 독자의 해석상의 자의를 있는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그 문제에서 탈출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도슨트나 음성가이드도 없이 제 멋대로 보고 느끼는 시간을 각자 가지고는 스타벅스에 가서 팍팍한 다리와 침묵 속에 굳어버린 혓바닥을 풀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