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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n 01. 2022

인도가 없는 청와대 정문

민주民主의 오후

<도을단상> 인도가 없는 청와대 정문

국민이, 시민이 주인임을 확인하는 배움의 장이자 실천의 장이기도 한 선거일을 맞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청와대 앞길을 걸었습니다.


분단이 없이 온전한 모습으로 해방을 맞았더라면, 반일, 반제국주의의 단일대오 아래 통일된 정부를 수립했더라면,

반공이라는 낯설고 어색한 기치 아래 찬성과 반대가 갈리고 새로운 계급과 계층으로 나뉘지 않았더라면,

구중궁궐의 범접하기 어려운 허장성세로 채워진 청와대는 아예 없었을텐데요.

식민지에서 막 벗어난 통일된 정부였다면 우리는 보다 서민적이고 비차별적이며 소탈한 정부와 대통령 집무실이나 관저를 가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청와대 정문 양 옆으로 나무가 심어지고 가운데 차도만 포장된 저 길이 인상적이더군요.

인도가 없는 청와대.

사람이 걸을 수 있는 물리적인 인도人道만 없었던 것인지, 사람으로 마땅히 해야 할 정신적인 인도人道도 없었던 것인지, 심지굵게 박혀 묵묵히 지켜 본 저 나무들만은 알겠지요.


사람이 세운 으리으리한 거짓과 허위의 흔적 앞에서 포즈를 잡고 기념을 하기 보다는 한 시대의 저뭄을 별다름없다는 듯이 담담하게 지키고 선 나무들 곁에 청와대가 생긴 이래 사람들의 북적이는 발자욱 소리가 들리는 모습을 찍어두는 것으로 민주民主의 오후를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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