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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l 06. 2022

고시원,..연우소극장

배우들이 미울 때

<도을단상> 고시원..연우소극장.

때로는 극장의 이름을 보고 작품을 선택하거나 작품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거나 하는 경우가 있죠.


바로 이 작품이 그러합니다.

그리고 결과는 역시나!였습니다.


연우소극장의 극단 연우무대는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을 건너오며 수많은 역량 있는 배우를 배출하는 데도 성공했죠. 문성근, 안석환, 송강호, 김명곤, 강신일, 이두일, 김승욱, 이대연, 김뢰하, 류태호, 김윤석 등이 연우무대에서 배우인생을 시작했습니다.


6명의 명배우들이 빚어내는 살아있음을 알리는 더러운 땀냄새와 곰팡이냄새, 술냄새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라면 냄새.


맨 앞자리에 앉아서 보았는지라 정말 배우들의 침이 뿔어내는 포말과 땀방울이 흐르는 소리, 숨을 내쉬거나 들이키는 소리, 아...그리고 CR..실제로 내 코 앞에서 끓여먹는 라면 익는 냄새와 후루룩 쩝쩝..숨 넘어가는 아니 목 넘어가는 소리...ㅋ


웃다가 울다가 엄숙해졌다가 라면 냄새에 비굴해지는 저 자신에게 화가 났다가, 그 모습이 또 불쌍해서 짠해졌다가, 끝나고 나서는 너무나도 뻔뻔스러운 배우들의 명연기에 후달린 영혼백이 돌아올 시간을 주느라 한 동안 자리에서 못 일어났습니다.


"고시원은 죽으려고 들어온 사람의 무덤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의 마지막 안식처다."


거기서 많이들 나왔을 법률가들이 그래도 이 세상의 희망이겠죠?


고시공부 하는 사람 하나도 없는 어느 고시원의 사람살이, 알음알이, 세상살이 한 마당 끝에 멀쩡한 눈만 불콰하고 코만 찡한게 아님은 그래도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아 정말 실감나게 배 고픈 대한민국 최고의 4D연극 한 편 보고 갑니다.

누가 라면 먹고 가라면 그 누구랑도 살 것 같은 밤입네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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