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국가 폴란드 출신의 스와보미르 모로제크의 이 부조리극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방에 갇히게 되고 옷을 하나하나 내어줌으로써 생존의 회로를 이어가는 인간의 나약성을 보여줍니다.
60분 공연을 보는 동안에 현실에서는 3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알 수 없는 그 무언가에 의해 출근을 하는 제 일상이 어느 날 멈추었습니다. 그 정체모를 무언가에게 붙여진 이름은 코로나였습니다.
저의 의지와는 완전히 무관하게 독립적이고 독자적으로 발생한 백프로 외부적인 현상이었지요.
그런 외부적 현상은 그야말로 나의 의지와 완전히 무관하였으므로 나의 내적자유와 존엄성은 단 1프로도 훼손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삭제하는 대신에 우리가 삶 속에서 채워가는 만남과 관계와 의지적인 도전과 그 나름의 성취와 그런 기억들로 강화되는 존엄과 내적자유의 확장이 없이 그저 시간만 흘러가는 상황, 보다 본질적으로는 언제까지 내가, 우리가 이것을 버텨낼 지 알 수 없다는 미지에의 공포는 말 그대로 보이지 않는 손, 아니 차라리 뚜렷하게 보이는 손이 되어 나타납니다.
그 손에게 희망 하나, 몸짓 하나, 절망 하나, 몸부림 하나..그렇게 하나씩 둘씩 넘겨줌으로써, 그렇게라도 연명함으로써 그 살아있음을 증거로 제한된 영역에서의 내적자유와 존엄의 존재를 애써 실감합니다.
우리들의 지난 3년이 정교한 대사와 몸짓이 되어 60분간의 시간으로 압축되고 압축되어 마침내 폭발합니다.
아..너무 늦게 왔습니다.
7월 24일까지만 공연을 한다고 하네요.
김민지, 이시은 두 사람의 작은 몸이 들려주는 커다란 울림을 듣고 싶으시다면, 적극 권하건대 작지만 크고, 좁지만 넓은 상상을 할 수 있는 공간, 뜻밖의 극장으로 달려가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