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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0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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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l 29. 2022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상투적인 공식에서 벗어나는 참신함

<도을단상> 뮤지컬 전설의 리틀 농구단

6시 현재 34도의 폭염을 뚫고 약간은 지친 몸을 이끌고 동덕여대 코트홀로 들어섷니다.


이런 류의 뮤지컬이 어떤 스토리구조를 가지고 있느냐는 건 너무 뻔하죠.

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에서도 보았듯이 오합지졸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고 하나되고 마침내 승리한다는 얼개. 익숙하죠?^&^


상록구청 농구단은 다섯 명의 선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코치는 게으르고 선수들은 그 게으른 코치를 이용해서 놀기 바쁘고. 왕따를 당하는 수현의 앞에 어느날 나타난 세 명의 귀신. 그 귀신들의 빙의를 통한 도움으로 수현이 농구단에 합류하게 되고..


뭐, 익숙한 구조, 익숙한 흐름에 넘버들이 나름대로 다 듣기 좋아서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면서 손가락 발가락을 까불며 보았는데...


어머, 이 작품은 학생들의 깨달음과 성장과 팀웍과 승리가 아니라, 세 친구를 잃은 코치의 우정과 좌절과 슬픔과 무기력을 죽은 친구들이 나타나 환기시키고 깨닫게 하며,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있다는 단순한 사실과 그들이 지금 농구를 하고 있기에 농구를 할 수 있으면 그 뿐이라며 경기에서 패배하는 장면에서 과감하게 막을 내려버리더군요.


루틴을 깨는 구조와 형식, 대사와 노래들이 뒤늦게 참신함을 주는 뮤지컬이었습니다.


왕따인 수현이 "살아있는게 이런 느낌이라면 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라고 노래하는데, 저로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생각과 그럴 수 있었던 배경과 긍정적일만큼 안일했을 지도 모른다며 잠깐 그 심정이 어떨 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너무 더운 날씨에 허덕이다가 극장 안은 너무 추워서 벌벌 떨었고 끝나고 나오니 밤 10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34도네요.


왜 더워서 싫고 추워서 싫고 다시 더워서 싫다고 느낄까요. 더워서 좋았는데 추워서 좋았고 나왔더니 더워서 좋다고 느끼지 못하니 인생이 고달픈게 아닐까 싶네요. ㅎ


대학로가 사람들로 넘쳐나는 것을 보면 정말 국내는 거의 모든 것이 정상화가 되어가나봅니다. 여러사람 힘들게 폭우가 쏟아지다가 뻔뻔스럽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해가 쨍한 것처럼, 그렇게 일상이 다시 시작되겠죠.

부디 많이 상처받지 않기를.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있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이라니까요.

퐈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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