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태권, 날아올라' 에서도 보았듯이 오합지졸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성장하고 하나되고 마침내 승리한다는 얼개. 익숙하죠?^&^
상록구청 농구단은 다섯 명의 선수도 채우지 못하고 있는데, 코치는 게으르고 선수들은 그 게으른 코치를 이용해서 놀기 바쁘고. 왕따를 당하는 수현의 앞에 어느날 나타난 세 명의 귀신. 그 귀신들의 빙의를 통한 도움으로 수현이 농구단에 합류하게 되고..
뭐, 익숙한 구조, 익숙한 흐름에 넘버들이 나름대로 다 듣기 좋아서 흘러가는대로 따라가면서 손가락 발가락을 까불며 보았는데...
어머, 이 작품은 학생들의 깨달음과 성장과 팀웍과 승리가 아니라, 세 친구를 잃은 코치의 우정과 좌절과 슬픔과 무기력을 죽은 친구들이 나타나 환기시키고 깨닫게 하며, 승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있다는 단순한 사실과 그들이 지금 농구를 하고 있기에 농구를 할 수 있으면 그 뿐이라며 경기에서 패배하는 장면에서 과감하게 막을 내려버리더군요.
루틴을 깨는 구조와 형식, 대사와 노래들이 뒤늦게 참신함을 주는 뮤지컬이었습니다.
왕따인 수현이 "살아있는게 이런 느낌이라면 죽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라고 노래하는데, 저로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생각과 그럴 수 있었던 배경과 긍정적일만큼 안일했을 지도 모른다며 잠깐 그 심정이 어떨 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너무 더운 날씨에 허덕이다가 극장 안은 너무 추워서 벌벌 떨었고 끝나고 나오니 밤 10시가 넘었는데 아직도 34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