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를 이해할 때 흔히 한족 왕조와 그 주변의 4이(동이서융남만북적)이라고 한족이 멋대로 낮춰부른 제민족과의 갈등사 혹은 투쟁사로 보는 시각이 제게도 강하게 영향을 주고 있었나봅니다.
중국역사에서 한족국가의 수가 몇 개 안되다 보니(주, 한, 송, 명 정도일까요..) 그것을 중국 한 나라의 역사로 보는 것이 과연 타당할까 하는 의문이 차라리 합리적으로 느껴지니 말입니다.
오늘날의 중국의 입장에서 서술된 이 책은, 우리가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국가라는 말을 하지 않듯이, 중국이 한족국가라는 말을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에 날 때부터 '다민족국가 중국'을 설명하기 위해 중국의 역사를 갈등이나 투쟁이 아니라 중화문명의 공동건설자 또는 협력관계자로 소수민족을 규정합니다. 그리고 은근슬쩍 소수민족의 역사를 간략하지만 담담하게 서술함으로써 그것이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암시하는 정도로 조심스럽지만 명확한 목적의식을 드러냅니다.
당말의 혼란상을 만나 좌절한 끝에 절창가수가 된 이백, 두보,백거이를 지나 5대10국 가운데 지금도 문제가 되는 신장위구르의 민족들과 티벳, 회홀, 탕구트 등의 소수민족의 역사를 약하게나마 채색을 합니다. 그나마 이제는 사라진 거란과 여진의 요와 금은 계속 오랑캐 취급을 하는 분위기네요. 아무래도 우는 아이 젖 주는 모양새입니다.
5대10국이 혼란상이 아니라 중화문명의 발전을 위혼 용광로요 하모니였다는 간략하지만 머쓱한 안내문을 지나면 북송과 남송, 그리고 북조로 이어지는 길목에까지 이르렀네요.
그렇게 또 하루 저녁에 400페이지를 읽어내던 전성기의 독서속도를 회복하는 듯 합니다.
귀가하는 식구들이 물난리가 난 바깥세상에 대한 소식으로 호들갑을 떨거나 말거나 제습으로 에어컨 켜고 배 깔고 누워 소요유逍遙遊하다가, 복숭아를 먹으라는 소리에 너른 거실로 나오니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