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헬레나와 트로이를 응징하기 위해 전쟁에 나서는 아가멤논. 바다의 바람을 바꾸고 승리를 위해 자신의 딸 이피게니아를 죽여 제물로 바칩니다. 아이기스토스와 바람이 난 클리테메스트라는 사랑하는 딸을 죽인 남편, 아가멤논을 죽이고. 아가멤논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다시 아이기스토스와 바람난 어머니 클리테메스트라를 죽이는 운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한 바탕 신들의 장난이었다는군요.
아폴론이 아내 아테나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를 믿는 사람들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다'고 말이죠. 신을 통해서만 천국에 이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을 통해서만 비로서 신들이 인간세계에 깃들고 안식할 수 있다는 그리스 철학..헬레니즘의 향기가 그윽합니다.
전도된 현실을 뒤집는 놀라운 풍자와 무대연출이 두 번째에 더 깊은 감동을 주네요. 지배자나 위정자를 통해서 시민들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침묵과 도외시 속에서 지배와 위악의 정치가 기생할 수 있으며, 시민들의 각성과 일어섬으로 마침내 정의가 자신의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좁은 소극장을 울립니다.
연극이 끝나고 불이 켜지면, 문득 잠에서 깨어난 시민들은 가슴 하나 가득 '아직은....', '그래도....'라는 희망을 안고 지하 공연장을 빠져나가고 다시 지하보도로 밀려내려가 지하철을 타면서 현실의 무게를 이겨내리라 다짐하는 듯 뒷모습들이 뿌듯합니다..
그런 동지들과 말없는 눈인사를 건네며 자기 앞의 삶을 실어나를 지하철 한 켠에 몸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