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의 데이터센터 화재와 그로 인한 서비스 불능 사태로 인해 카카오 관련 주가가 연일 내리막을 걷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의 판단은 어느 정도 선 것 같습니다만, 이 번 사태를 놓고 사안의 본질을 어떻게 볼 것인가, 문제는 무엇인가, 그래서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통일된 시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경영컨설팅 업계에서 30년 가까이 일한 저로서는 이 번 사태의 본질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직접 나서서 카카오가 기간 통신사업자나 사회간접자본만큼의 공공성을 가지고 있는 만큼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는 것은 그만큼 이 번 사태가 미치는 영향과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이냐 이 말이죠..
항상 그렇지만 사고가 난 뒤에야 우리는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카카오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되었으니 DR대책, 데이터센터를 복수로 운영하는 기업들처럼 기본적인 안전, 안심, 신뢰 조치를 갖추었을 것이라는 기대가 무너졌습니다. 이로써 1차적으로 기업실패가 인정됩니다. 한 주자가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지, 경기장이나 경기 운영 룰의 문제는 아닐 지도 모릅니다.
두 번째로 시장실패인가 아닌가 혹은 더 나아가 인재를 조장하거나 묵인하는 정책실패가 아닌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카카오의 경영진과 회사는 이제 이익을 위해 최소한의 기본적인 안전, 안심 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몰상식한 존재가 되어 버렸습니다. 과연 그들이 사악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아니면 기간산업에 준할 정도의 공공성과 안 하는 사업이 없을 정도로 가계의 삶과 공공기관의 업무수행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기업들에 대해 어떤 안전, 안심대책을 요구해야 하는가 라는 시장의 요구, 정책적 요구가 부실했던 때문일까요? 저는 우리 사회의 반복적인 사고가 단순히 일개 기업의 기업실패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장이나 정책이 그려 놓은 경기장이나 경기운영 룰에 안전이나 안심대책에 대한 요구가 느슨하거나 우선순위가 항상 뒤로 밀리도록 설계되어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안전제일은 그야말로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어느 산업현장에서도 SQCD..안전, 품질, 원가, 납기..이런 식으로 안전이 맨 앞에 나오고, 안전이 확보된 가운데 이익을 위한 활동들이 뒤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QCDS가 아닌지요. 그래서 카카오와 상관없이 빵 공장의 20대 젊은 여성이 또 목숨을 잃었습니다. 카카오만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세번째로 경제주체..경제의 주인이라는 뜻이죠. 경제주체인 정부, 기업, 가계가 각각 어떠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그 역할에 충실한가 하는 점입니다. 100여년전 산업화의 역사에 있어서 우리는 초기에는 독점이나 과점 기업의 존재가 제공하는 효익이 더 크다고 믿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스탠더드오일, 카네기철강, AT&T, 마이크로소프트 등등이 그러했죠.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독점기업의 횡포랄까 이익중심적인 행동이 시장에서 더 이상 순기능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고, 나아가서는 악영향이 더 커진다고 느끼면서 인류는 독점금지법이라고 하는 공정의 잣대를 확보해 온 것이 역사입니다. 정부는 이렇게 시장의 공정성과 안정성, 안전을 해치는 기업이 나올 수 없도록 법과 제도를 갖추어 선의의 경쟁과 선한 영향력의 확대재생산을 통해 국민경제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토대와 중력을 제공해야 합니다. 기업은 정부나 공공이 요구하는 법적, 제도적, 윤리적, 공헌적 책임을 다 하면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합니다. 가계는 시장에서의 기업들의 생사여부를 결정하는 주체로서 시장내 경쟁관계를 형성하도록 촉진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함으로써 국민경제에 있어서 생산자로서의 한 축과 소비자로서의 한 축을 동시에 담당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 세 주체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도 한 번 쯤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카카오의 경영진과 기업이 사악해서가 아닙니다. 안전과 안심에 대해서 사회와 정부가 요구하는 법적, 제도적 수준이 낮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사고가 난 것입니다. SPC그룹의 오너와 경영진이 사악해서 근로자의 사망사고가 난 것이라면 속인적인 처벌이 주효한 대책이 될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아닙니다. 작업장 안전이 그 무엇보다도 우선한다는 것을 정부가 정책과 제도로서 충분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인재인 것입니다.
안전제일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안전이 제1이라는 것입니다. 규제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우리 모두의 각성이 우리 사회의 유지존속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동인이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