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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Oct 28. 2022

표절작가 관람 후기

존재와 시간의 변주곡

<도을단상> 표절작가

연극이 연극이라는 형식 안에서 영원히 그 형식으로부터의 초월을 꿈꾸는 장르라는 사실을 일깨우는 작품과 만날 때가 있습니다.

오늘이군요.


표절작가는 표절에 대해 끊임없이 반복하지만 그것이 존재의 한 양식임을 보여줍니다. 표절과 그 표절을 둘러싸고 있는 '존재와 시간'의 방정식은 우리가, 우리의 삶이, 우리가 말하고 쓰는 모든 것들이 원작과 모사를 구별하기 어려운 뫼비우스의 띠이거나 그보다 더 본질적으로 프랙탈 구조임을 드러냅니다.


한 부부작가가 서로 자신의 작품 '40분'을 상대방이 표절했다고 생각하고 의심하고 확신하고 부정하고 추궁하고 고백하고 수긍하는 모든 과정 속에서 묘사되는 반복적인 대사와 장면, 극 속의 극인 이중극과 원극이 주고 받는 대사와 장면들이 반복되면서도 그 반복이 이전과 같지만은 않은 모습으로, 그야말로 변증법적으로 순환하여 도달하는 결론.


그토록 어렵게 다다른 결론 앞에서 무릎 꿇게 되는 것은 작가가 결론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이 아니라 그 과정과 과정을 채우는 시간과 존재에 대한 이야기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일까요..


배우들이 너무 멋진 사람들이었습니다. 희곡과 연출이 만든 세계이겠지만, 난 오늘밤 연극 라이어에서 처음 보았고 오늘 다시 만난 김시영 배우를 사랑합니다.

아내와 나란히 앉아 아내를 어둠 속에 가두어 둔 채 암흑 속에서 홀로 나의 흰자위가 희번덕인 것은 흰자위 탓이 아니요, 검은 마음을 품은 내 눈동자가 남긴 흔적일 뿐이겠지만, 그녀를 마음껏 핥아보고 뚫어져라 바라보고, 힐끗거리거나 힐끔거리거나 낮은 탄성을 내거나 깊은 한숨을 쉬거나 행여나 나를 볼까 머금은 미소까지도 사랑이었음을...


물론 막이 내려가고 훤하게 밝은 이 지하철 안에서의 제 사랑이 이미 답이 정해져 있습니다.ㅋ


11월 6일까지네요.

사랑에 관한 이야기. 표절작가.


사회과학 좀 읽었다 하시는 분들, 도전!^&^

그녀가 예쁘다니까요. 왜냐?

프로는 아름답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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