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달력
크로노스, 카이로스, 아이온의 시간
달력
달이 바뀔 때마다
찢어지는 아픔을 견디며
올 해의 정상, 이 여름을 가꾸어
오이 상치 호박을 키우고
작년과 같은 일정으로 장마를 부르면
다음 다음 달엔 나의 입대.
검은 날 빨간 날 언제나 웃는 캘린더 걸.
기쁜 날 슬픈 날 우울한 날,
그 무거운 한 해를 못 하나로
들고 선 인고에 놀라
또 한 세월을
북 찢는다.
제 군 입대일이 9월이었으니 대학교 3학년 시절인 1991년 7월에 쓴 것이로군요. 군입대라는 극단적인 변화와 긴장, 불안을 내포한 주관적인 시간인 카이로스를, 객관적이고 연대기적이며 가치중립적인 크로노스의 시간으로, 그런 객관성을 담보하는 증거로서의 달력으로 치환하려는 무의식이 엿보이네요. 이젠 제가 제대했을 뿐 아니라 제 아들까지 제대를 했으니 순환적 시간인 아이온을 떠올리며 가벼운 미소를 지을 정도로 여유로운 일요일입니다.
12시가 다 되어가는데 우리 집에서 깨어있는 생명은 저 뿐이네요. ㅎㅎ
아..배고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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