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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n 20. 2022

밤 운동

<도을단상> 밤 운동



사랑받는 모든 것들은

사랑하는 이에게 시간을 선물하나니,

한 시간이 마치 오 분에 불과한 것처럼

흠뻑 젖을만큼 흥건한 땀의 증거에도 불구하고

아직 심장은 설레어 뛴다.


사랑받는 모든 것들은

사랑하는 이에게서 시간을 빼앗아 가나니

일 순간이 마치 영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잠시 그 품에 안기어 입을 맞추었을 뿐임에도

미쳐 들이킨 숨을 내 쉴 틈이 없다.


일백삼십팔억년의 숨가쁜 내달림,

흐르기만 하는 시간과

고향과도 같이 다리를 붙잡는 매달림,

변함이 없이 멈추어 선 공간.

그 속에서 반짝이듯 깜빡이는 헷갈림,

반도체처럼 점멸하다 소멸하는 인간.


깊은 어둠에 젖어

살아있음을 알리는 내 더러운 땀 냄새

시공을 찢으며 울부짖는 거친 숨소리

생과 사의 사이에 잠시 서다.

그리고

마침내

주저 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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