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者正也] 전 대통령 사면과 적폐 청산

아시아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정치를 둘러싼 소소한 썰!

by 도을 임해성

새해 벽두에 여당인 민주 이낙연 대표의 말을 둘러싸고 말이 많다.

백설이 난분분한 새해 첫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시기에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는 이야기가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 발달과 관련된 몇 가지 사건들을 외우고 이를 기억한다.

영국의 명예혁명은 왕권을 약화시키고 귀족의 권한을 키운 결과였지만, 민주주의 역사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프랑스혁명은 왕과 귀족, 즉 궁정의 권한을 약화시키고 부르주아(상공업 자산가)의 권한을 키운 결과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지난 2016년 10월 29일에서 11월 26일까지 진행된 촛불 혁명(박근혜 대통령 퇴진운동)은 주권재민의 공화국 헌법 체제 하에서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시민의 힘으로 끌어내린, 진정한 의미의 시민혁명으로서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언젠가 우리의 후손들, 전 세계의 후손들이 촛불 혁명을 민주주의 발달사에 있어서의 큰 사건으로 이를 배우고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그런 촛불 혁명은 운동을 이끌던 리더 집단이 혁명정부를 세우는 형태가 아니라, 기존 정당들이 입후보하여 선거를 치르는 형태를 용인하였다. 그런데 이런 흐름이 민주당으로 하여금 커다란 착각을 하게 한 것 같다.

마치 민주당은 촛불 혁명 당시의 시민들로부터 전권을 위양 받았다고 생각하거나, 자신들의 생각이 혁명사상을 대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자신들이 생각하는 것이 곧 혁명사상이며 자신들의 선택과 행동이 혁명사상을 실현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착각이 민주당 대표가 구속되어 처벌을 받고 있는 이명박, 박근혜에 대한 사면론을 가능케 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적폐 청산이란 말을 당시 집권당이던 국민의 힘에 한정된 단어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그 어떤 나라보다 단기간에(반세기 이내) 달성한 거의 유일한 나라이다. 그러나 그러한 압축성장(경제적으로든, 정치적으로든)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적지 않은 적폐를 안고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적폐의 양상을 저명한 해외 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은 '엘리트 카르텔형 부패국가'라고.

결국 한국의 적폐란 한 마디로 말해서 '자기들끼리 해 먹는 문화'를 말하는 것이다.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한 단어가 때마다 되풀이되는 바로 그 현상을 말한다. 아무리 죄를 지어도 정치인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서로 사면하고 봐주는 행태, 아무리 한심해도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막론하고 저희들끼리 세비 올리고 특권을 누리는 행태, 아무리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아도 법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 검사들, 법관들, 위정자들의 행태를 모두 포함하는 단어가 바로 '적폐'이고 이를 청산하는 것이 촛불 혁명의 정신이고 요구이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나 이 사회의 이른바 주류 인사들에게 있어서 적폐 청산의 실천은 '실력행사'가 아니라 '삼가고 조심하는 것'이 아닐까. 자신들의 힘으로 누군가를 단죄하거나 봐주거나, 기소하거나 불기소하거나 하는 실력의 행사가 아니라, 바로 그러한 행동들을 삼가고 조심하면서 국가와 국민들이 오랜 기간 구축해 온 법률과 제도의 틀 안에서 그것들을 지키는 것이 아닐까.


여론이 악화된 때문일까.

자신의 지지도가 하락하기 때문일까.

그 원인이 무엇이든 '사면'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당지지도와 개인 지지도가 하락한 것은 아닐 것이다. 원인은 따로 있는데, 엉뚱한 카드로 상황을 피해나가려는 태도야말로 무능과 불충의 증거가 되는 시대가 이미 2016년에 열렸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아시아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이며,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공화주의, 금 모으기 운동과 단독 1위의 마스크 착용률 등 국가적인 위기나 재난 때마다 보여주는 놀라운 공동체 의식과 시민의식에 걸맞은 '공복'의 자세는 삼가 조심하고 주인의 뜻을 받드는 것이지, 요령을 부리고 이간질을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에 어울리는 정치인, 법조인, 엘리트들이 되기를 바란다.

21세기는 또 바쁘게 흘러갈 테니까.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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