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00초 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도을 임해성 Dec 14. 2022

[연극] 대학로 추천연극 그 때도 오늘 관람 후기

역사는 돌고 돈다는 말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대학로 1번 출구를 나가자 마자 보이는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은 기분좋은 공간입니다. 이 곳에 올라가는 작품들이 제 기억으로는 모두 괜찮았다는 기억도 한 몫을 하지만 역시 극장으로서 대학로의 소극장들은 90분을 버텨야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좌석이 좀 불편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 스콘은 그런 면에서는 제대로 된 극장이라는 하드웨어가 주는 기분좋음이 있습니다. 물론 저는 1990년대부터 대학로의 연극을 보았으니 그 때를 생각하면 그래도 극장들 환경이 많이 좋아지긴 한 셈이긴 합니다만...^&^




그 때도 오늘.

남자 두 명의 배우가 나오는 작품이군요. 오늘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시놉도 보지 않고 배우가 누군지도 확인하지 않고 우리가 시간이 되는 때에 극장을 찾습니다. 개찰구를 나오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발견의 연속이고,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아무런 기대를 갖지 않고 담담하게 극장 안으로 들어가는 거죠. 거기서 살짝 흥분을 하게 될지, 살짝 실망을 하게될 지는 저희도 역시 모릅니다.



비행기를 못 타서 안달이 난 저를 위로하는 듯 마치 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처럼 입구를 꾸며 놓았습니다. 벌써 1득점 하는군요.ㅎㅎ




무대 이쁘죠?

뭔가 기대치를 끌어올리는 무대입니다. 의자가 있는 것으로 보아 저 벽을 사이에 두고 두 명의 남자가 나와서 앉은 상태에서 90분간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는 조용한 잡답을 이어갔습니다.




이 말은 사실입니다.

불이 꺼지고 우리는 1920년대 서울인 경성의 한 감옥으로 안내됩니다. 평양에서 경성으로 유학온 후배와 경성출신의 선배가 일본군에게 고문을 당하고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후배는 말과 글을 지키는 문화운동을, 선배는 무장투쟁을 다짐하며 싸움의 곤난함을 드러냅니다.

다음은 1940년대 제주도. 해방이 되었지만 이어지는 공산주의자과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남한 정부 사이에서 이유없는 죽음을 당해야만 했던 제주 4.3사태를 다룹니다. 왜 그들이 죽어야만 했는가에 대해서는 지금도 아무런 말이 없죠. 여기서부터 무언가 가슴에 북받쳐 오는 것을 참을 수 없더군요. 왜 싸우는지, 왜 죽어야 하는 지를 모르고 죽어간 이들의 영혼이 한 없이 가련하게 느껴집니다.

1980년대 부산의 한 유치장. 술에 취해 싸움을 한 중년의 남자와 대학생 주호가 유치장이라는 한 공간에 있습니다. 정신 못 차리고 데모나 해 대는 대학생 일반에 대해 주제넘은 비난을 해 대던 중년의 해동은 주호가 지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는 정반대의 입장을 드러냅니다. 소시민들이 그렇죠. 87년의 호헌철폐와 대통령 직선제 쟁취는 그런 싸움의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런 물결이 서울만이 아니라 멀리 부산에까지 가 닿았음을 그려냅니다.

2020년대 최전방.

친구지만 선후임의 입장으로 함께 군 생활을 하는 은규와 문석은 최전방 부대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중입니다. 벌써 남북한이 분단이 된 지도 70년이 넘어 80년이 다 되어가는 아주 가까운 미래의 그들은 왜 싸우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왜 갈라졌고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그런 생각에 대한 답변을 들을 새도 없이 비상이 발령되고 총소리가 들려옵니다. 무대가 어두워지고 그 짙은 어둠 속에서 절규하는 총소리가 빈 무대를 가득 채우며 연극은 우리를 현실로 이끌어 냅니다.



이 작품의 아름다움은 놀라운 언어의 구사에 있습니다. 경성말과 평양말, 제주말과 부산말, 충청말과 서울말이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데, 분열되고 나뉘어진 상황과는 별도로 결국엔 서로 다르지만 한국어라는 하나의 큰 틀 안에서 각자 살아 숨쉬는 각 지방의 언어들이 완벽하게 구사됩니다. 아,우리말이 이렇게 아름다웠구나...특히 제주말이 나올때는 자막을 보지 않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표현이 너무 많았습니다만 그렇다는 사실이 주는 생경함과 반가움이 함께 범벅이 되더군요.




우리말의 맛을 아주 제대로 살려낸 수작입니다.

오늘 밤에 아들과 한 번 더 보려구요.

여러분들께도 아주 강추입니다. 보세요^&^



그때도 오늘장르연극장소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기간2022.12.09. ~ 2023.02.19


































매거진의 이전글 이광조 작은 음악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