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하게 형식을 지켜 절을 하는 날이 아니라, 조상님이 베푸는 잔칫상에 초대된 후손들이 모여 즐거운 식사를 함께 하면서 기억 속 그 분들의 에피소드를 들려줌으로써 후손들에게 선조의 기억을 심어주고, 후손들에게 생긴 기쁜 일을 조상들도 얼마나 기뻐하시겠냐며 덕담을 해줌으로써 후손들이 선조들의 연속선상에서 자신의 삶을 인식하게 하는 자리를 만들고자 하는 실험입니다.
지방도 없고, 앉은뱅이 젯상도 없이, 정성들여 만든 음식을 살아있는 부모님이 받으십니다. 아들도 얼굴을 본 적이 있는 증조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2시간에 걸쳐 옛이야기와 최근의 신변잡기를 나누며 좋은 증류주 전통주로 새 해 새 날을 축하합니다.
그렇게 우리 집에서는 이제 죽은 이를 위한 제삿상은 사라지고, 산자들을 위해 마련된 잔칫상에 조상님들의 영혼이 함께 하는 자리가 마련됩니다.
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제삿날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초대하는 만찬일, 할머니가 초대하는 만찬일에 저와 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참석해서 그 분들이 즐기던 술과 음식을 후손들이 즐기면서 기억을 남기고 기억을 저장하는 축젯날로 만들어 갈 겁니다.
이런 방식이라면 저는 물론 제 아이들과 그 아이들도 이어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세대교류가 가능할 것입니다.
돌아가신 분이 돌아가신 날에 쏘는 후손들을 위한 초대만찬.
1년 전에 결정된 초대약속에 불참하거나 늦으면 그 사람 잘못이라는 인간사 기본적인 매너만 지키면 되는 즐겁고 맛나는 명절과 추모식사 가족모임으로 만들어 가도록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