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국정원을 보았습니다. '라이브 더빙쇼'라는 생소한 공연이었습니다. 1957년에 최초의 한국/홍콩 합작영화인데 훼손된 필름을 복원하고 발견된 대본을 바탕으로 이번 기획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1957년의 무성영화 화면을 틀어놓고 현악밴드와 피아노가 음악을 담당하고, 5명의 뮤지컬배우들이 대사와 노래를 맡고, 원래는 배우이지만 이번에는 폴리 아티스트로 출연한 박영수가 효과음을 맡아 풍성하고도 입체적인 뮤지컬과도 같은 무대를 새롭게 창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커튼콜에서만 무대에 서서 인사를 하는 박영수가 사실상의 주인공이자, 이 번 공연에 숨을 불어넣은 제우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봄날 밤에 세상이나 사람이나 아직은 순수함이라는게 온전했던 1950년대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두 젊은 남녀의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위협과 극적인 반전이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배경으로, 때로는 잔잔하게 흐르고 때로는 굽이치고 때로는 고요히 머물면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씻어내립니다.
1957년의 홍콩이나 마카오는 지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더군요. 그에 비하면 그 시절의 찢어지는 가난과 서럽도록 파고드는 배고픔따위 찾아볼 수 없는 오늘날의 한국이 얼마나 눈 부신 발전을 했는가 새삼 놀라게 됩니다. 더불어 이 풍요로운 세대를 떠받친 이들의 노고와 순진했던 사랑, 순수했던 열정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 밤이었습니다..
나오자마자 다시 보려고 확인해 보니 5월2일까지만 공연을 하더군요. 아쉬울 때 헤어지는 것이 가장 좋다는 말을 절실하게 느끼며 새로운 하루를 시작합니다.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