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오전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정동길을 걸었습니다. 언덕 밑 조그만 교회당 건너편에 고즈넉히 들어앉아 흐린 얼굴 찌푸리며 드문드문 빗방울을 뿌리는 하늘 에도 꾸역꾸역 사람들이 모여드는 국립 정동극장.
일찍 예매를 해서 잡은 S석에 앉아 오글을 들고 객석의 불이 꺼지기만을 기다리는 시간은 왜 그리 긴지요.
교도소에서 죄수들에게 60년 동안 피아노를 가르치는 크뤼거와 살인죄를 지었으나 피아노에 재능이 뛰어난 제니. 지역사회 콩쿨에 참가할 기회를 허락받은 제니는 승승장구하다가 다시 한 번 교도소 안에서 사고를 치고 참가취소를 명령받습니다. 결국 결승전에 참가할 방법은 탈옥 뿐인데... 제니를 체포하러 온 경찰에게 크뤼거는 단 4분의 연주시간을 달라고 애원합니다.
가슴을 울리는 선율을 쏟아내던 피아노가 마침내 사람들을 선동하는 타악기가 되어 피아노를 두드리고 때리고 현을 잡아 뜯는 마지막 공연 속에서 커다란 폭풍이 지나갑니다..
다시 정적이 흐르고, 불이 켜지고, 멍한 가슴을 안고 나선 정동길에는 아직 가는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