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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0초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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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을 임해성 Jun 02. 2023

대학로 연극 초대

소극적 저항과 적극적 자유의 희비극

<도을단상> 397.초대...소극적 저항을 둘러싼 희비극

동아리 모임장님의 초대를 받은 작품, 초대.


오랜만에 중식을 먹었습니다.

도삭면.

칼로 베어 날리듯이 썰어내는 마름모꼴 단면을 가진 면발이 끝내주는 중국음식을 마치 중국에 온 듯한 분위기 속에서 먹고 극장으로.


지패니카의 독재자 스타인의 군대가 점령군으로 밀고 들어온 마을에서는 여전히 사람사는 내음과 떠드는 소리로 북적입니다.


안톤과 질리엔의 결혼을 하루 앞두고 독재자 스타인이 사망하고 한달간의 애도기간에는 결혼식과 장례식  등 모든 행사가 금지됩니다.


"독재자는 우선 언론을 통제하고, 행동을 규제하다가 마침내 감정을 지배하려 한다"며 소리 없는 결혼식을 통해 자신들의 자존과 자유를 지키자는 아나킨의 제안으로 소리없는 결혼식이 준비됩니다.


무언극을 위한 유언극.

1시간 동안 지리하게 늘어지는 듯이 연출된 유언의 무대는 이후의 10분간의 무언극을 위한 들러리였을까요.


침묵 속에서 몸짓과 표정으로 환희에 찬 결혼식이 진행됩니다. 모든 순서가 마무리되고 소리가 안 나도록 천으로 감싼 와인 잔의 천을 걷어내 버립니다.

어느새 소극적 저항이 적극적 자유의지로 고양되는 장면입니다.


다시 소리가 시끌벅적, 음악이 흐르고 춤사위가 돌고 웃음이 터지는 공간을 찢으며 등장하는 군화발.

총성이 이어지고 초대받은 모든 이들이 주검으로 쓰러져 죽음을 완성합니다.


장면전환이 많은 연극은 자연스럽게 암전이 많습니다. 꼭 필요하지만 그 때마다 흐름이 끊기거나 지루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반암전 상태에서 장면전환을 함으로써 극의 연속성과 뒷장면에 대한 기대감마저 이끌어 내더군요.


대사와 대사 사이의 침묵.

장면과 장면 사이의 어둠.

연극의 부산물에 불과한 침묵과 어둠을 무대의 중앙에 세운 좋은 작품과 만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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