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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도을일기

<도을단상> 공존의 미학

Earth says good. ESG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공존의 미학

작년 가을에 캐서 겨우내 봄내 먹다 먹다 남은 고구마 몇개가 있었습니다.

두 계절을 넘기도록 못 다 먹은 녀석들이 마침내 싹을 틔워내니 먹기도 그렇고 버리기도 그래서 물에 담궈두었죠.


참가에 그래도 녹색 기운이 돈다 싶었는데 한 주일 집을 비우고 와보니 생장이 놀랍더군요.


고구마 다섯 개.

먹었으면 한 끼 인연에 그쳤을 녀석들인데, 키우기로 맘 먹으니 몆 달을 함께 하며 녹색의 기운과 생명력을 느끼며 즐거운 더부살이가 되었습니다.


저 녀석들이 한 껏 여름을 토해내다 지쳐 기침이라도 하듯 찬 바람이 불때쯤이면 아버지의 텃밭을 가득 채우는 이파리 아래에서 씨알 굵은 고구마들이 고개를 내밀 것이겠지요.


지구본을 삼킬 듯이 무성한 잎새들과 사람이 공존하는 모습이 ESG(Earth says good)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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